[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관점과 태도의 힘은 무섭다. 동일한 현상과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관점과 태도에 따라 결과는 사뭇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골목 싸움의 예를 한 번 들어보자.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면 싸움의 결과는 어떨까. 두려움이 생기면 꽁무니를 뺄 수밖에 없고 싸움의 결과는 십중팔구 지게 돼있다.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도 문제해결의 측면에선 더할 나위없이 중요하다. 사태에 휩쓸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과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맘 먹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전자는 십중팔구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며 구렁이 담넘어가듯 스리슬쩍 눙치고 가게 될 게 뻔하다. 그러나 후자는 다르다.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실질적인 답을 찾아낼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동일한 사안에서도 관점과 태도에 따라 결과의 차이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뜬금없이 관점과 태도를 화두로 끄집어 낸 데는 최근 체육계에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계의 파벌싸움이 치열한 회장선거를 등에 업고 드세진 가운데 이를 통제하고 조정해야하는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가 기대와 달리 좌고우면하며 여론의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유리돼 있던 체육과 시민사회의 접점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과도한 눈치보기는 오히려 체육의 건강한 홀로서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대한체육회 제 2기 이기흥호’의 역점사항은 누가 뭐래도 개혁이다.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주체적 각성을 통한 체육 스스로의 개혁, 그게 바로 우리 체육계가 지향해야하는 개혁의 진면목이다. 그동안 체육회는 개혁을 선제적으로 이끌기보다는 각종 사건과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사후 약방문을 남발하며 위기의 순간을 모면해왔다. 어찌보면 개혁에 대한 체육회의 소극적 태도와 관점이 개혁을 더디게 한 결정적 이유가 됐는지도 모른다. 체육회는 체육계의 제반 모순구조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실천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해당 종목단체와 거리를 두면서 책임에서 벗어나곤 했다. 당당하게 책임 지기보다는 책임을 하부조직에 떠넘기는 데 급급했던 체육회의 방관자적인 관점과 소극적인 태도는 체육을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됐음은 물론이다.
‘대한체육회 제 2기 이기흥호’가 험난한 파고를 딛고 출항했다. 선거과정에서 터져 나온 숱한 파열음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체육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치 않다. 한국 체육에서 가장 중요한 물적토대의 든든한 지원군인 대기업도 하나 둘씩 체육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체육회의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종목단체 선거 후유증이 발 등에 떨어진 불이다. 무려 8개 종목단체가 선거 불복 및 소송에 휘말렸다. 책임감에 눈을 감고 뒷꽁무니를 뺐던 체육회의 종전 모습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물론 과도한 개입은 헝클어진 실타래를 더욱 어지럽게 할 수도 있겠지만 손에 흙을 묻히지 않겠다는 듯 방관자적인 자세로 체육계의 문제를 내팽개치는 모습은 어쩐지 시대가 요구하는 강한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애정과 관심은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감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애정과 관심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약이다. 애정과 관심을 갖고 문제를 바라보자. 그러면 길이 보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마침내 보이게 된다. 개혁을 위해 강해져야할 체육회의 태도와 관점의 전환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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