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시도하라고 방송했다"는 선장 거짓말로 상황 오판
고개 숙여 사과하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세월호 승객들의 구조 임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해양경찰 수뇌부에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데는, 참사 당시 선장과 승무원들이 현장 상황을 해경에 거짓으로 전달하고 교신에 불응한 사실이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김석균 전 해경청장을 비롯한 전·현직 해경 관계자 10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대처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먼저 검찰이 주장한 '업무상 과실'을 사고 직후 해경 123정과 헬기 등이 해상에 도착하기 전과 후로 구분했다.
해경으로서는 세월호 선장 또는 승무원들과의 교신이 구조 계획을 수립하고 퇴선을 명령하는 데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첫 신고가 접수된 지 10여분 만인 오전 9시 7분께 선장과 교신을 시작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에 대해 "진도VTS와 세월호의 교신 내용에 비춰볼 때 이를 보고받은 서해해양경찰청 상황실로서는 어느 정도 퇴선 준비가 이뤄졌고 퇴선 여부 결정만 남은 상태였다고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 선장은 "구명조끼를 나눠주도록 했고 선원들도 선내에 모여있다"며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겠나"라고 진도VTS와 교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같은 교신 내용과 달리 승객들에게는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했을 뿐이었다.
재판부는 "기록에 따르면 선장은 당시 객실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하고 비상 갑판에 집결시키는 등 퇴선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월호 선장의 사실과 다른 상황 설명은 구조대가 도착한 뒤로도 계속됐다.
이 선장은 오전 9시 37분께 진도VTS에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은 탈출 시도하라고 방송했다"고 교신한 뒤 더는 호출에 응하지 않았고, 9시 46분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선원들과 함께 탈출해 123정에 구조됐다.
같은 시각 객실에는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이 반복됐을 뿐 사고 상황에 대한 안내는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로서는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구조 의무를 방기하고 탈출하거나 승객들이 방송에 따라 잔류하고 있는 상황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
사고 당시 세월호에 화물을 무리하게 싣고도 부실하게 고정(고박)해 선체의 복원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그 결과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중심을 잃고 침몰한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모의실험 결과 세월호 수밀구획이 올바로 유지됐다면 훨씬 오랜 시간 경사를 유지하며 떠 있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피고인들로서는 세월호가 선체 결함으로 약 10분 사이 급속하게 침몰할 것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는 사고 직후부터 오전 9시 45분까지 약 50분간은 분당 약 0.15도의 속도로 비교적 천천히 기울었으나 그 뒤로는 분당 1.7도의 속도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구조본부가 오전 9시 50분 전후 퇴선 관련 조치를 했다"며 "침몰이 다소 늦어졌다면 많은 승객을 구조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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