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이 15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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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호 접종자는 요양병원·요양원 직원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을 통해 26일부터 요양병원 종사자 등 65세 미만 약 27만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병원 의료진과 코로나 대응요원, 코로나 치료 의료진 등으로 접종을 확대해 3월까지 약 76만명에 1차 접종을 마무리한다. 당초 접종 최우선 순위에 올랐던 요양병원 65세 이상 노인 접종은 2분기로 밀려, 빠르면 4월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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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까지 76만명에 1차 접종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15일 브리핑을 열고 “우선 고령층 집단 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시작한다”며 “시행계획은 코로나19 백신 분야 전문가자문단 검토와 예방접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6일부터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 정신요양·재활시설 등의 입소자와 종사자 64만8855명 중 42%가량인 27만2131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한다. 65세 미만으로 접종을 제한한 만큼 접종자 상당수(22만8828명, 약 84%)는 종사자다. 1호 접종자도 요양병원 등의 종사자에서 나올 것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의사가 근무하는 요양병원은 물량을 배송받아 자체적으로 대상자에 접종하고, 의사가 없는 시설엔 보건소 방문팀이나 계약된 의사가 직접 찾아가 접종한다. 1차 접종을 내달까지 끝내고, 4~5월 중 2차 접종을 시작한다.
당초 최우선 순위에 있던 만 65세 이상의 요양병원 노인 37만700명가량은 2분기에나 접종이 가능할 전망이다. 고령층에서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유효성 논란이 불거진 데 따라 추가 자료를 확인할 때까지 접종을 미루기로 했다. 정 단장은 “만 65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는 백신의 유효성에 대한 추가 임상 정보를 확인한 후(3월 말 예상)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접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3월 말쯤 미국에 자사 백신의 3상 임상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고령층이 상당수 포함돼 예방 효과 부분에 대한 논란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주요 대상별 초기 접종 계획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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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단은 코로나19 예방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접종률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 효과 논란이 있는 고령층 접종을 예정대로 강행할 경우 신뢰성에 문제가 생겨 접종률을 떨어뜨릴 수 있단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안전성과 면역원성은 이미 확인돼서 중증(진행)과 사망을 예방할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지만, 더 명확한 효과에 대한 근거를 확인한 후에 접종을 순차적으로 하자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심의에 참여한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 13명 가운데 10명이 이처럼 근거를 더 확인한 뒤 접종하자는 수정안에 동의했다고도 밝혔다.
중증 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등 고위험 의료기관의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약사 등 의료진 35만4039명과 119 구급대, 역학조사관, 검역관 등 코로나 1차 대응요원인 7만8513명에 대해서도 각각 3월 8일과 3월 22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접종한다. 2차 접종은 5월에 시작된다. 병원들은 각 기관서 자체 접종하고 코로나 대응요원들은 보건소에서 접종한다.
세계 백신공동구매 협의체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도입되는 화이자 백신 6만명분도 들어오는 대로 내달 중 중앙과 권역예방접종센터 등에서 코로나 치료 전담 의료진 5만4729명에게 투여된다. 코로나19 대응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병원 등으로 백신을 배송해 자체 접종하는 걸 원칙으로 하나, 접종자가 120명 이하로 적은 곳은 중앙과 권역 예방접종센터에 방문해 접종할 계획이다.
레바논 의료진이 지난 14일 화이자 백신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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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1분기까지 약 76만명에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으로 1차 접종을 마무리 짓겠다는 게 당국 목표다. 1분기 접종 대상자는 당초 지난달 말 발표 때의 130만명보다 50만명가량 줄었다. 정은경 단장은 “코백스 물량의 경우 많은 국가들과 동시에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지연되고 있는 면이 있다”며 “공급일정 조정에 따라 접종 대상자 숫자가 조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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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 낮춰야 하는데 우려도
정부는 요양병원 노인 접종을 2분기 안에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추가 임상 정보가 예상대로 3월 말경 나오지 않을 경우 고령층 접종은 기약 없이 계속 밀릴 수 있다. 고령층 접종 목표가 사망률을 낮춰 위험군을 보호하자는 것인데 이런 전략과도 맞지 않는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효과의 근거가 부족하단 것으로, 안전성의 문제는 아닌데 오히려 불신을 더 부추기는 게 아닌가 싶다”며 “4, 5차 유행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빠른 접종이 필요한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종사자로 인한 감염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입소자가 감염돼 시설 내 전파할 위험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3월에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목표로 한 환자 수가 다 차야 연구가 끝나는데 그렇지 않다면 마냥 기다리는 것”이라며 “그때 결정된다고 해도 2차 접종까지 시간이 걸릴 텐데 그 사이 4차 유행이 시작돼 요양병원 등에서 집단 확산하면 억울하게 사망하는 분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임상 결과에서도 효과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다면, 요양병원 노인은 다른 백신을 접종해야 할 수도 있다. 2분기 도입 가능한 백신은 얀센과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 등으로 구체적인 공급 일정이 확정된 건 아니다.
37만명가량의 접종이 2분기로 연기되면서 일선 접종 현장에서 과부하가 일어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정 단장은 이와 관련해선 “무리가 따르기는 하나 다양한 접종기관이 동원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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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서도 권고한 접종, 고령층 제외 왜
정부의 고령층 제외 결정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와도 상반된다. WHO의 면역 자문단은 지난 10일(현지시간) 18세 이상 성인이라면 연령 제한 없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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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용하면서 주의사항에 의사가 유익성을 판단해 고령자 접종을 신중히 결정하라고 기재한 것부터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 책임 떠넘기기 논란이 있었고 시작부터 의료진과 마찰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비난을 의식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식약처 입장에서는 책임을 안 지기 위한 표현을 쓴 것이고, 질병청에서도 입장에 따라 판단한 거라 결국 책임질 부서가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은경 단장은 “접종을 미루게 된 점에 대해서는 방역당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요양병원, 시설의 집단발병을 보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종사자를 통해 감염이 유입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감염이 유입되지 않게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입소자, 입원환자에 대한 접종이 끝날 때까지 방역관리를 보다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11월 집단면역 차질 우려에 대해서는 “2, 3월 접종계획을 일부 조정한 것이 11월 집단면역 형성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황수연·이우림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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