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트럼프 탄핵안 유죄 57, 무죄 43로 부결
트럼프 "마녀사냥…역사적 움직임 막 시작"
검찰이 관건 "민간인으로서 처벌 가능성 여전"
민주당, 유혈사태 각인시키고 역사에 기록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상원 탄핵 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에서 두 번 탄핵 당하고, 상원 탄핵 심판에서도 두 번 무죄 평결을 받은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상원은 이날 탄핵안 표결에서 유죄 57표, 무죄 43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50명 전원과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이 탄핵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유죄 평결에 필요한 정족수 67명에서 10명이 모자랐다.
상원이 탄핵 심판에서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의원 100명 가운데 3분의 2인 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공화당 의원 대부분 탄핵안에 반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견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두 번째로 유죄 선고를 피할 수 있었다. 이로써 2024년 대선 출마를 막을 수 있는 장애물은 일단 제거됐다. 민주당은 탄핵 심판에서 유죄를 끌어낸 뒤 향후 공직 출마를 금지하는 안건을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킬 계획이었으나 불발됐다.
무죄 선고를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향후 ‘공직 금지’라는 족쇄를 만들지 않고 지지층 결집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탄핵안 부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내고 탄핵 시도를 "우리나라 최대 마녀사냥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향한 우리의 역사적이고 애국적이며 아름다운 움직임은 이제 막 시작됐다"면서 "함께라면 우리가 성취하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친트럼프 진영 결집이라는 정치적 행보를 계속하겠다는 예고다.
하지만 지난 1월 6일 지지층의 의회 점거를 선동한 혐의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벗은 게 아니어서 아직은 대대적 반격에 나서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 패배를 뒤집기 위한 각종 허위 주장과 주 정부에 대한 강요와 압박, 폭력사태 유발에 대한 민간인으로서 형법에 따른 처벌 가능성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3일 탄핵안 표결 직후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치스러운 직무 유기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와 관련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까지 형사 처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표결 직후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치스러운 직무 유기를 저질렀다"면서 "그날의 사건을 유발한 데 대해 실질적으로, 도덕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직이 아닌 전직 대통령을 탄핵할 권한이 상원에 없다는 이유로 탄핵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조지아주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시도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국무장관 등 선거관리 공무원들에게 "나를 찍은 표를 더 찾아내라"고 압박했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전화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에 대한 범죄 의혹 수사도 확대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맨해튼 5번가의 트럼프 타워 등 4개 부동산과 관련한 금융거래를 조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탄핵은 이루지 못했지만, 지난 9일부터 닷새 동안 진행된 심리에서 트럼프가 유도한 폭도들의 의사당 점거와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 검사 역할의 하원 탄핵소추위원들은 의회 감시 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공개해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역사에 남겼다.
뉴욕타임스는 "탄핵 심판은 지금까지 가장 포괄적으로 1월 6일 일어난 일을 그려냈다"고 전했다. 제니퍼 로저스 전 연방검사는 CNN에 출연해 “소추위원들이 공개한 자료들은 다른 재판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강력한 증거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동조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이 7명으로 늘어난 것도 나름의 성과다. 지난달 말 상원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열 수 있는가에 대한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 5명이 찬성했는데, 2명이 새로 가세했다.
공화당에서 밋 롬니(유타), 수전 콜린스(메인), 리사 머코우스키(알래스카), 벤 새스(네브래스카), 팻 투미(펜실베이니아), 리처드 버(노스캐롤라이나),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이 트럼프 탄핵에 찬성했다.
이 가운데 콜린스, 새스, 캐시디 의원은 올해 취임해 6년 뒤에나 재선에 나선다. 투미와 버 의원은 이번 임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극렬 지지자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공화당 의원들은 소신 투표를 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비밀 투표였다면 트럼프 탄핵에 투표할 의원들이 더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