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선동' 혐의 트럼프, 상원서 유죄 57·무죄 43 기사회생
"미국을 위대하게 이제 시작일 뿐"..트럼프 활동 재개
갈길 바쁜 바이든, 트럼프 벼르는 민주당 동상이몽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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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이윤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 의회의 두 번째 탄핵이 ‘불발’로 귀결됐다. 미 정치지형상 예상됐던 결과다. 퇴임 후 침묵을 지켜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2024년 미 대선 재도전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여당인 민주당이 이를 원천 봉쇄하고자 또 다른 ‘트럼프 응징’ 절차, 즉 플랜B를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임기 초 국정과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탄핵정국의 조기 종료를 바랐던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국정 파트너인 야당 공화당과 ‘타협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트럼프 탄핵 불발을 놓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간 미묘한 시각차에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색한 트럼프…사실상 정치적 재기 선언
13일(현지시간) 진행된 미 상원의 탄핵심판 표결에서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았던 트럼프는 유죄 57표·무죄 43표로 기사회생했다. 민주·공화 양당이 나란히 상원의석을 50석씩 양분하는 만큼 트럼프 탄핵이 현실화하려면 100명 중 3분의 2, 즉 67명이 유죄에 투표해야 했는데, 이는 정치역학 구도상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였던 점에서 예상됐던 수순이란 게 미 정가의 반응이다. 탄핵이 현실화하려면 공화당에서 17명이 반대표를 던져야 했지만, 밋 롬니 등 평소 트럼프와 각을 세웠던 7명만이 이에 동조하는 데 그쳤다. 다만 역대 대통령 탄핵 투표 중 대통령 소속 정당이 던진 찬성표로는 가장 많다.
트럼프는 반색했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기 위한 우리의 역사적이고 애국적이며 아름다운 운동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수개월간 여러분과 공유할 게 많다. 앞으로 지지자들과 더 많이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2024년 미 대선을 겨냥한 정치 행보를 공식화한 것이란 해석이 중론이다. 더 나아가 “헌법과 신성한 법 원칙의 편에 서준 의원들에게 감사하다”며 공화당 내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실제 공화당 지도부도 지난 대선에서 7500만표 가까운 지지표를 확보한 트럼프를 못 본척하기 어려운 처지다. 최근 트럼프 신당 창당 시 공화당 지지층 3명 중 2명은 신당을 지지할 것이란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과 여론조사업체 해리스X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는 공화당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요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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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못 본 척…민주당 ‘플랜B’ 만지작
물론, 이를 예견해왔던 민주당은 그간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플랜B로 수정헌법 제14조 3항( 공직자가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할 경우 누구든지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 카드를 검토해왔다. 이 경우 상원 과반 찬성만으로도 충분히 가결이 가능한 만큼 50석에 상원의장(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까지 확보한 민주당 지도부의 의지에 달렸다. 다만, 민주당이 집요하게 ‘트럼프 응징’에 매달릴 경우 향후 국정과제 추진에서 공화당의 ‘지원’이 절실한 바이든 행정부로선 부담될 수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탄핵이 아닌,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안과 인사청문회 등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취임 후 수차례 ‘트럼프 탄핵’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통해 민주당 측에 우회적으로 ‘트럼프 탄핵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는 시그널을 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금요일인 지난 12일 메릴랜드주(州)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향했으며 주말 내내 별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탄핵정국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트럼프 응징 여론을 확보하려면 바이든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으로선 일종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최대 변수는 형사 기소…민주당 ‘힘 싣기’
따라서 민주당이 의회 난입사태와 트럼프의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을 수사 중인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형식으로 트럼프 응징을 대신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워싱턴DC 검찰과 연방검찰은 독자적으로 트럼프가 폭력사태를 조장했는지, 이를 근거로 기소가 가능한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와 별도로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도 트럼프의 부동산 관련 금융거래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트럼프는 대출서류, 세금신고 등을 거짓으로 꾸며 금융거래 시 낮은 대출금리 등의 이득을 본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가 작년 11·3 대선 결과에 불복, 경합주였던 조지아주 패배를 뒤집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만약 이들 형사 사건 중 단 하나라도 기소돼 유죄를 받으면 트럼프의 정치적 재기 시도는 어려워질 수 있다. 가능성은 작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사면을 공식화하더라도, 이는 연방 문제에만 국한된다. 지역 검찰의 기소나 법원의 유죄판결은 대통령 사면과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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