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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화난 아빠들 "정인이 양부도 살인죄"…쉽지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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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머니투데이

정인이 사건 1심 공판이 열린 지난달 13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은 양부모에 살인죄 적용할 것을 검찰에 강력히 촉구했다. 2021.1.13/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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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양모를) 살인죄로 기소한답니다”

'정인이 사건' 양부모의 첫 공판이 열린 지난달 13일,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법 앞에 모인 시민 100여명은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의 외침에 환호했다. 몇몇은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라 적은 피켓 뒤에서 눈물을 훔쳤다.

이번주 2차 공판(2월 17일)의 관심사는 양부 안모씨(38)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할지 여부다. 첫 공판에서 검찰은 양모 장모씨(35)에 대해서는 공소장을 변경해 살인죄를 추가 적용했지만, 안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양부 역시 살인죄 적용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20만 동의를 넘었지만, 국민의 분노와 달리 적용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살인죄 당연…학대 알고도 숨겨” 화가 난 아버지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4일 ‘정인이 양부는 공범입니다. 반드시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공교롭게도 첫 공판 다음날인 14일 20만명 이상 동의를 넘겼다.

청원의 골자는 △8개월간 한집에서 산 아버지가 딸의 학대 사실을 몰랐을 리 없고 △정인이 몸의 멍과 학대 흔적을 몽고반점, 아토피 긁은 흔적이라며 입양 기관에 숨겼으며 △정인이 건강의 이상 신호를 봤음에도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은 만큼 양부의 학대 방조는 '사실상 살인에 동조한 것과 마찬가지'란 주장이다.

아이 키우는 아버지들의 목소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부 안씨는 입양기관과 통화하며 '정인이 목욕을 전담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3살 딸을 키우는 최경환씨(43)는 "퇴근 후 아이 목욕을 도맡아 하는데, 이곳저곳의 작은 상처까지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18개월 딸을 키우는 이규성 씨(41)도 “보이지 않던 조그만 흉터라도 눈에 들어오면 아내에게 ‘무슨 일 있었느냐’고 묻는 게 아버지의 심정”이라며 “정인이처럼 온 몸이 멍들고 뼈가 부러졌는데, 아내에게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어떻게 믿느냐”고 되물었다.

양부가 학대 흔적을 입양기관에 숨기고 제때 치료하지 않은 게 정인이의 죽음에 결정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진 씨(35)는 “의사에게 ‘몽고반점이 등까지 올라오나요’라 물어야지, 멍일 수 있음에도 몽고반점이라 주장한 건 학대를 숨기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8개월 된 딸을 키우는 박모씨(40)도 “아이가 조금만 숨소리가 이상하거나, 몸에 긁은 듯 상처가 있어도 병원에 가야할지 아내와 의논하게 된다”면서 “학대 흔적 만큼 아토피 긁은 자국이 심했다면 이상하게 여겨 병원에 갔어야 한다”고 의심했다.

△정인이의 양부 안 모씨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을 피해 달아났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 가능성…전문가들 “입증 쉽지 않아”

여론과 별개로, 실제 검찰이 살인죄 또는 그에 준하는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처벌할 여지는 있지만, 입증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형사법 전문 김범한 변호사는 “정인이를 보호할 의무를 양부가 저버렸다고 입증한다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본인이 학대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배우자의 학대로 아이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였다면, 치료를 받게 하는 게 아버지의 의무”라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여론에 따르는 게 아니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수사 기관이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경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대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아내가 아이를 죽일 수 있겠다는 사실을 양부가 모두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률상 쟁점만 따진다면 양부에게는 아동학대 치사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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