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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윤석열 박범계 이성윤 조윤선 강용석…말 많고 탈많은 '사법연수원 2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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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만장 사법연수원 23기 ◆

매일경제

왼쪽부터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용구 법무부 차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여운국 공수처 차장, 조상철 서울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윤석열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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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찬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박근혜정부 시절 야당 국회의원이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 11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정권에 찍혀 징계를 앞둔 윤석열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을 옹호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정권이 바뀐 뒤 문재인정부에서 2019년 7월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지명하자 박 의원은 "사표를 만류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기대가 크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2. 2020년 10월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박 의원에게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셨잖습니까?"라며 언성을 높였다. 당시 박 의원이 "너무나 윤 총장을 사랑하는 본 의원이 느낄 때 (윤 총장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고 호통치자, 윤 총장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닌가"라며 강하게 받아쳤다.

'석열이 형' '범계 아우'로 지칭하던 두 사람은 1992년 사법연수원 23기로 만나 '동기'라는 인연을 30년 가까이 맺어온 사이다. 그로부터 29년 뒤인 2021년 박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돼 현 정권에 '미운 털'이 박힌 윤 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이미 작년 국정감사 때 감정의 골을 드러냈던 두 사람은 박 장관이 취임 일주일 만인 지난 7일 윤 총장을 패싱한 채 기습적으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자 긴장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10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놓고 검찰과 정부의 힘 겨루기가 계속되면서 갈등과 긴장의 중심에 서 있는 사법연수원 23기 출신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권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윤 총장에 대한 정부의 견제와 지지도 동기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그는 현 정부 출범 후 대검 반부패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법무부·검찰 내 요직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그는 윤 총장과 특별한 친분이나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서 유일하게 기소 반대 취지 의견을 내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기소 결정을 미루는 등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윤 총장과 뜻을 달리했다. 최근엔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결재를 미루고 있다. 박 장관은 최근 검사장급 인사에서 '이 지검장 교체가 필요하다'는 윤 총장 의견을 외면하고 그를 유임했다. 이 지검장은 현재 윤 총장 부인 김건희 씨 관련 고발 사건 등을 지휘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해 9월엔 '총장-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 대면보고를 폐지하기도 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23기다. 그 역시 윤 총장의 수사 방향과 번번이 다른 선택을 했다. 이 차관은 취임 직전까지 '원전 수사'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4월 한 술자리에서 윤 총장에게 "형이 정치하려고 국이 형(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검찰권 견제를 위해 설립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2인자인 여운국 차장도 연수원 23기다. 일각에선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윤 총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윤 총장의 '아군'으로 분류되는 동기들도 눈에 띈다.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해 법무부의 윤 총장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가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항의성 사표를 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남일 대전고검장과 구본선 광주고검장은 윤 총장 취임 후 대검 차장을 차례로 맡으며 그를 보좌했다. 고검장인 이들은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조상철 서울고검장 역시 연수원 23기다. 서울고검은 지난 8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 의뢰한 윤 총장의 '재판부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배성범 법무연수원장도 23기 동기다.

법무부 장관과 차관, 검찰총장,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5개 보직을 한 기수에서 차지한 것은 유일무이한 일이다. 법무부와 검찰에 23기가 집중된 배경에는 정권의 파격 인사가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인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총장으로 발탁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급보다 아래인 지검장급이라 파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후 윤 총장 선배 기수급 상당수가 조직 안정 차원에서 사의를 표하며 윤 총장 동기인 23기가 주요 기관장에 올랐다.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라임자산운용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중 작년 7월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옷을 벗은 송삼현 검사장도 윤 총장 동기다. 같은 날 사법연수원 23기 출신 검사 중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히는 이정회 인천지검장도 사의를 표하고 검찰을 떠났다.

한편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23기 출신 법관들도 있다. 우라옥 춘천지법 강릉지원장은 여성 법관으론 최초로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수석부장판사는 법원장을 보좌하는 핵심 보직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보좌하는 반정우 대법원장 비서실장도 23기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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