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AFP |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항의 시위가 격화하자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미얀마 군 사령관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새로운 총선으로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9일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전날 최대 도시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주의 7개 구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이 선포된 지역 주민들은 5인 이상의 모임과 시위를 할 수 없고,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 통행이 금지된다. 통행금지는 계엄령 선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엄령 선포는 반군부 시위 자체를 봉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는 미얀마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승려, 의료진, 학생, 노동자 등 각계각층이 한목소리로 "군부 독재 타도"를 외쳤다. 외신들은 2007년 샤프론 혁명 이후 미얀마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전했다.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경찰은 물대포까지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8일 경찰이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천 명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일부 시민은 바닥에 쓰러져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통제를 위해 발포 지침이 내려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Fortify Rights)가 최근 입수한 경찰 문서에 따르면 '1인 시위자에게는 12구경 시위진압용 산탄총을, 집단 시위대에게는 38구경 총을 사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일 TV 연설 중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모습./사진=AFP |
항의 시위가 거세지는 가운데 쿠데타 후 통치권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은 첫 TV 연설에 나섰다. 이 연설에서 흘라잉 총사령관은 새로운 선거를 실시해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이날 "과거 군부 통치 시대와 달리 진실되고 훈련된 민주주의를 만들 것"이라며 "다당제 선거를 할 것이며 민주주의 규칙에 따라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에게 권력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공정한 선거운동을 못 하게 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대패한 미얀마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1일 수치 고문과 핵심 정부 인사들을 구금하는 등 쿠데타를 단행하고 향후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가택연금 중인 수치 고문은 소형 무전기와 통신장치를 불법 수입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기소에 따라 수치 고문을 오는 15일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