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최종책임 정부에"…洪부총리에 힘실어
선거 앞두고 강경 與…'20조 vs 10조 안팎' 마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2.9/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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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이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의 '맞춤형 선별' 지원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남겨 관심을 모은다.
만일 정부의 선별 지급 구상이 여당의 전 국민 지급 구상을 누르고 채택된다면,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는 이르면 설 연휴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급 시기는 여당이 4월 선거 이전 빠른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3차 지원금이 모두 지급된 이후인 4월을 주장했으나 여당의 강경한 태도에 3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주시고, 또 마음을 모아주실 것"을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2.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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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여당의 '전 국민·선별 병행' 지원 방침이 국가 재정 건전성을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인식, 4차 재난지원금 관련 정치권 논의가 적정 재정 범위에서 오갈 수 있도록 유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 경제부처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격려함과 동시에 그의 권한에 힘을 실어준 조치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조정하고 지휘하는 정부 경제팀 내 컨트롤타워다. 그러나 작년부터 잇단 여당과의 갈등 속 최근 사퇴론까지 제기됐다.
이달 들어 홍 부총리와 여당은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해 5월에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지급한 1차 긴급 재난지원금 당시와 판박이다.
홍 부총리는 재정 악화 우려를 근거로 전 국민 지원에 반대한다. 정부의 재정 지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청년·여성 등 취약계층을 좀 더 도와야 맞다는 취지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과 선별 지원금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편 지급된 지원금은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로써 내수 경기가 활성화된다면 단순 특별 지원 성격의 선별 지원금을 뛰어넘어 경제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는 취지다.
이러한 두 진영 간의 갈등은 추경 규모 등 여러 사안과 결부돼 지난해부터 숱하게 반복됐다. 주로 거대 여당에 밀려 홍 부총리가 백기를 드는 양상으로 끝이 났고 이에 홍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갈등 때마다 문 대통령은 정치 권력 상 밀릴 수밖에 없는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곤 했는데, 이번에도 이런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2.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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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이번 문 대통령 발언에 화답하듯 전날 기재부 확대 간부회의에서 "코로나19 피해가 심해지는 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과 사각지대에 대한 보강 지원 등을 점검,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선별 지원 중심의 4차 재난지원금 설계 작업을 사실상 공식화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인 셈이다.
홍 부총리는 이달 2일 페이스북에서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2월 추경 편성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고 필요하면 3월 논의가 가능할 듯 보인다"고 적은 바 있다. 바로 여기서 언급한 3월 추경 논의를 위해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전날 홍 부총리의 경제정책 결정 권한을 문 대통령이 직접 인정한 만큼, 이전처럼 여당의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홍 부총리의 선별 지원금 구상이 채택된다면 재원 마련을 위한 추경 규모는 종전 맞춤형 대책과 유사한 10조원 안팎이 유력하다. 지급 시기는 3차 지원금을 모두 지급한 이후가 홍 부총리가 언급한 적정 시기다.
다만 여당도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강경한 태세로 임하고 있어 대세가 완전히 선별 지원으로 넘어갔다고 할 수는 없다. 여당은 전 국민 병행뿐 아니라 오는 3월을 넘기지 않는 빠른 지급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오는 3월을 넘기지 않고 4차 지원금을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여당에서 거론 중인 4차 재난지원금 추경 규모는 20조원 이상이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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