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헌 여부, 표현 자유가 쟁점
8일 미 워싱턴 내셔널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을 촉구하는 문구가 나타나있다. 워싱턴=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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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선동혐의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 탄핵 심판을 하루 앞두고 하원 탄핵소추위원과 트럼프 변호인단이 서면상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들이 탄핵 위헌 여부와 표현의 자유 범위를 두고 법리 공방을 이어가면서 9일(현지시간) 시작되는 심리에서도 치열한 수싸움이 예고됐다.
양측은 8일 상원에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가 가능한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가 법적 보호를 받는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는지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2일 14쪽짜리 서면 의견서를 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이번에는 78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퇴임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상원이 탄핵 자체를 즉시 기각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당시 했던 연설은 수정헌법 1조 상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탄핵할 만한 사유가 아니라고 봤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뻔뻔한 정치 행위를 통해 정적과 소수 정당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라며 “이들의 정치극을 받아주는 것은 공화국과 민주주의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권리에 위험이 된다”고 비판했다.
탄핵 심리의 검사 격인 9명의 하원 탄핵소추위원들도 지난 2일 80쪽 분량의 의견서를 낸 데 이어 이날 또 다시 상원에 서면자료를 제출했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범죄 행위는 차고 넘친다”며 그가 다시는 고위직을 맡지 못하도록 유죄 선고를 내릴 권한이 의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AFP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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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추위원들은 의회 난입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전이었던 만큼 그가 탄핵 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봤다.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구속되는 신성한 취임선서를 한다. 헌법에 ‘1월의 예외’란 없다”는 게 소추위원들의 주장이다. 또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한 것은 트럼트 전 대통령이 정치적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이 아니라 폭력적 내란을 선동했기 때문이라며 표현의 자유 주장을 일축했다.
상원은 9일부터 구두 변론 방식으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배심원 평결을 토대로 유ㆍ무죄를 선고하는 형사 재판 방식을 준용하는 탄핵 심리에서는 상원의원들의 투표로 결론이 난다. 유죄 선고가 나오려면 상원 100명 중 3분의 2 이상인 67명이 찬성해야 한다. 다만 탄핵안 가결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양당이 각각 50석씩 나눠 가진 상태에서 공화당 17명의 반란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권리를 잃어야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원이 해결하도록 놔두자”고 선을 그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연방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막는 투표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탄핵 추진과 별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 나서지 못하도록 수정헌법 조항을 동원, 공직 재취임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정헌법 14조 제3항은 헌법을 지지하겠다고 선서한 공직자가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한 경우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공직 취임 금지에는 과반수 찬성이 필요해 탄핵 유죄 선고보다 문턱이 낮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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