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세 손가락’ 시위대에 물대포 등장…미얀마 군부 진압설 제기

노동자 총파업에 승려·간호사·교사 등 거리로

8일(현지시각)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네피도/AFP 연합뉴스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주말에 이어 평일인 8일에도 이어졌다.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며 시위에 나섰고, 승려와 간호사들도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수도 네피도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

<에이피>(AP), <로이터> 통신 등은 시위대가 이날 오전부터 급속히 늘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 전날부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총파업에 나서자는 글이 퍼졌고, 공장 노동자들과 간호사 등이 이에 호응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의 일부 공장에서 직원들이 단체로 휴가를 내고 시위에 참여했고, 간호사들도 이날 간호복 차림으로 거리로 나섰다. 지난 2007년 사프란 혁명을 주도했던 승려들도 이날 시위대 선두에 서서 행진했다. 독실한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승려들은 특별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들은 “군부 독재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저항을 뜻하는 의미가 담긴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게임>에 등장하는 것으로, 지난해 타이의 시위에서 사용됐다.

공무원들도 저항에 나섰다. 미얀마 현지 언론은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검사와 변호사들까지 거리 행진에 나섰다고 전했다. 교사들도 “군부독재 반대”를 외치며 시위에 동참했다.

수도 네피도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소셜미디어 영상을 인용해, 경찰이 수천 명의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며 해당 영상에는 일부 시위대가 물대포를 맞고 바닥에 쓰러지면서 부상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피도 근처에서는 진압 경찰이 소총을 든 모습이 목격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총파업이 계속되면 군사정권이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군부의 강경 대응을 암시하는 ‘미확인’ 사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일부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양곤 최고층 빌딩 옥상에 경찰 저격수가 배치된 사진이라며, 시위대의 주의를 촉구하는 트위트가 올라왔다. 그러나 이 사진이 ‘술레 파고다’ 주변의 옛 모습이라며 조작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8일(현지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간호사가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승려들이 “군부독재 물러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지난 1일 새벽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1년 동안의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군부는 성명을 통해 “선거 부정에 대응해 구금 조치들을 실행했다”며 “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고 밝혔다.

미얀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수치 고문이 구금되기 전 “군부의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말고, 저항하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군부는 수치 고문의 자택에서 불법 수입된 무전기가 발견됐다며 그를 15일까지 구금한다고 밝혔다.

군부의 쿠데타에 냄비 시위 등으로 저항하던 미얀마 시민들은 주말인 6~7일부터 본격적인 거리 시위에 나섰다. 7일에는 시민 수만명이 양곤 시내에 모여 “군부 독재 타도” 구호를 외쳤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8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무장한 진압 경찰이 소총을 들고 있다. 네피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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