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통계로 본 코로나①] 파산면책 벼랑끝 자영업자
작년 개인파산 5만379건, 최근 5년간 최대…1차 대유형 후 급증
개인회생은 전년대비 7%↓…올해도 비슷한 증감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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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김대현 기자] "더이상은 견딜 여력이 없어요…."
평범한 40대 여성이던 김윤선(가명)씨는 작년 12월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2018년부터 노래방을 운영했지만 장사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부진한 사업을 만회하려고 PC방도 병행했지만 빚은 늘어만 났다. 개인회생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이혼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코로나19로 폐업하기에 이르면서 돈 벌 길마저 막막해진 김씨는 현재 법원의 파산면책 선고가 나길 기다리고 있다.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임지철(가명)씨는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고 있다. 임씨는 십 수년째 한 곳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해왔지만 코로나19 이후 단골손님이 줄면서 현재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아직 법원을 찾을 단계는 아니지만 신청을 한다면 파산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살 길이 막막한데 빚에 대한 부담부터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법원 통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불어나는 빚감당을 못해 파산을 신청하는 이들은 늘고 있는 반면에 재기를 모색하며 회생을 신청하는 이들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작년 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모두 5만379건이다. 전년 4만5642건보다 4737건 늘어난 수치로 최근 5년간 최대 규모다. 지난해 파산신청은 코로나19 1차 대유행을 겪은 6월 이후로 급격히 늘었다. 5월까지만 해도 1만9218건으로 전년(1만9192건)과 비슷한 추이를 보였으나 이후 격차가 벌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경제활동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근로자 등이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줄었다. 지난해 8만6551건으로 전년 9만25876건보다 약 7%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생이란 사업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을 때 신청하고 이를 법원에서 결정을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통계는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이 같은 증감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고용으로 잡히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약 700만명으로 비율이 워낙 높고 그중 250만명은 1인 자영업자라서 경기회복을 체감할 기회가 상당히 적다"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 지표는 좋아질 수 있지만 (개인) 체감 경기는 안 좋은 모순된 현상들이 지속돼 개인 파산은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파산이 회생 신청보다 수월하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회생은 월급처럼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약 105만원)에 미쳐야만 신청할 수 있지만, 파산은 이와 상관없이 신청이 가능하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5%에 달한다.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라는 말이다. 이미 자영업의 어려움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김윤태 교수는 "지원책을 전반적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파산을 넘어 가족 해체와 우울증, 자살 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에서 배제되는 인구가 늘면 전국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도 고민이겠지만, 유럽과 비교해 (방역이) 더 나은 상황이라면 자영업 활동을 위해 제한을 좀 더 완화해야 한다"면서 "확진자가 매일 몇백명인지만 놓고 자영업자들이 일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는 전체 흐름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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