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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미얀마 현지 교민 “양곤 곳곳서 시위…빌미 안주려 비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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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거주’ 천기홍 교수 전화통화

6~7일 이틀간 양곤서 거리 시위


한겨레

6일 미얀마 양곤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이 진압복을 입은 경찰에게 장미꽃을 주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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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6일)에 이어 오늘(7일) 시위 시민들이 훨씬 늘었다. 양곤의 웬만한 번화가에는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 폭력적인 모습은 없고 차분하게 평화적으로 시위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 일주일 째인 7일 양곤과 만달레이 등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미얀마에 19년째 거주하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양곤 세종학당 천기홍 교수(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는 이날 오후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양곤의 상황을 전해 왔다. 그는 “시민들과 군부가 서로 눈치 보기를 하는 것 같다”며 “양쪽 다 선을 넘지 않은 채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제 인터넷이 끊겼는데, 지금은 어떤가?

“어제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인터넷 연결이 안 됐던 것 같다. 쭉 끊어져 있다가 오늘 오후 2시반(한국시간 오후 5시)부터 연결이 재개됐다.”

-양곤 상황이 어떤가? 시위하는 시민들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거 같은데?

“오늘 아침부터 양곤 곳곳에서 시위가 시작됐다. 어제보다 숫자가 많이 늘었다. 양곤의 번화한 곳에는 다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할 거 같다. 특히 양곤 시청 근처 슐레 파고다와 양곤대 앞 등에 시민들이 많이 모였다.”

-시위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시민들은 차분하게, 구호를 외치고, 노래하고, 행진하면서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시위한다. 폭력 진압의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쿠데타 초반, 군부에 탄압의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며 조심스러웠는데, 이제 본격적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게 볼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거리에 시민들이 나오긴 했는데, 과격한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나 군인들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아침에 좀 일찍 나가 봤는데, 거리에 군인들은 안 보였고, 경찰들이 보였다. 진압복을 입은 경찰과 교통경찰들이 있었다. 이들은 도로를 막는다든가 통제한다든가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일부 지역에 바리케이드를 치긴 했는데,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거리를 가득 메운 수천명의 시위대가 6일(현지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웃 나라 타이의 반정부 시위 때부터 번진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게임>에 등장한 것으로,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양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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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현지에서 제보자가 보내 온 영상(제보자 요청에 따라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2007년 이른바 샤프란 혁명 때, 유혈 사태까지 갔는데?

“당시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당시에는 군부가 처음부터 진압하기 위한 수단을 동원했다. 군경이 함께 나왔고, 총을 들었다. 나중에는 실제 발포도 했다. 오늘은 군인도 없었고, 경찰도 총을 들지 않았다.”

-군부도, 시민들도 분위기가 다른 거 같다?

“군부는 시민들이 아예 거리로 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는데 그러진 않는다. 군부도 그렇고, 시민들도 그렇고 서로 수위 조절을 하는 거 같다. 시위대 중간중간에 사복경찰들도 눈에 띈다. 아직은 서로 양상을 파악하는 거 같다. 경찰도 시민들이 일정한 범위를 벗어났을 때만 교통경찰들이 개입하는 정도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늘 오후부터 인터넷이 열렸다. 주말에 열리는 집회를 막기 위해 이틀 동안 통제한 것 같다. 미얀마는 온라인이 닫히면 은행거래를 비롯해 주요 상거래를 할 수가 없다. 군부도 주말에는 인터넷을 닫을 수 있지만 평일에 통제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를 보면, 당분간 군부와 시민들이 서로 수위를 지키면서 시위를 하고 이를 통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거 같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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