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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업종간 형평성·합리성 무시”… 수도권 자영업자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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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방역 조치 일부 완화

비수도권 ‘밤 10시’까지 영업 허용

“획일적 영업시간 제한 폐지돼야”

수도권 자영업자 폐지 촉구 회견

일부는 항의 차원서 ‘불복 영업’

협의기구 통한 방역기준 요구도

세계일보

정부가 수도권의 거리두기 2.5단계를 유지하기로 한 가운데 7일 서울 명동의 한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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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구에서 오리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장사를 공치는 날이 허다하다. A씨의 식당은 저녁에 손님이 많았지만, 5인 이상 집합금지와 오후 9시 영업 제한 조치로 저녁 장사를 거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골손님들의 발길도 끊긴 지 오래다. A씨는 “일주일에 나흘은 손님이 아예 없다”며 “영업시간이 10시까지로만 늘어도 좋겠다”고 토로했다. 오후 9시와 10시는 ‘1시간’ 차이지만, 주로 저녁 장사를 하는 A씨가 느끼는 차이는 크다. A씨는 “오후 9시까지 장사한다고 감염이 안 되고 10시까지 장사한다고 감염되는 것도 아닌데,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영업시간이 연장된 비수도권이 부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신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강하게 요구해 온 영업시간 연장이 비수도권에 한해 허용되면서 지역 간 표정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통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정부 방역대책이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8일부터 비수도권의 카페와 식당에서는 오후 10시까지 매장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다만 수도권은 기존처럼 오후 9시까지로 제한이 유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업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자정까지 영업시간 연장을 요구했는데 일부만 수용된 셈이다.

수도권의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조치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업종 간의 형평성과 합리성이 무시된 획일적인 영업시간 제한은 폐지돼야 한다”며 이날부터 사흘간 개점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8일 0시에는 서울 강서구에 있는 PC방에서, 9일 0시에는 서대문구 코인노래방에서, 10일 0시에는 서초구 호프집에서 기자회견과 시위가 예정돼 있다. 비대위는 “개점시위는 영업 강행보다는 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사흘 동안 하루 한 곳씩 불을 켜고 영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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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9시 이후 점등시위 정부가 수도권에서 오후 9시 영업제한을 유지하기로 하자 7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이 정부 방침에 항의하며 오후 9시 5분에 영업을 하지 않아도 가게 불을 켜놓는 점등시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3일간 점등 시위 후 방역당국의 조치가 없으면 오후 9시 이후에도 가게 문을 여는 ‘방역 불복 개점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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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에 사람이 몰리는 식당과 PC방, 코인노래방 등의 업주들은 영업시간 연장이 절실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 관계자는 “오후 9시에 문을 닫으면 오후 7시30분쯤부터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수도권은 임대료 같은 고정비가 비싼데 영업시간을 통제하면 자영업자들은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식당 관계자도 “매출 대부분이 저녁시간에 나온다”며 “지금과 같은 영업 제한이 이어지면 장사를 접는 것도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자영업자는 “비수도권의 스키장 같은 밀집시설은 풀어주면서 수도권의 식당은 오후 9시에 닫으라는 게 무슨 논리냐”며 “이렇게 옥죌 거면 방역대책을 내놓을 때 자영업자 생계대책도 같이 내놔 달라”고 호소했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정부의 방역대책이 ‘통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수원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B씨는 “정부 방역이 형평성 부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건 물론 금전적 피해도 극심하다”며 “차라리 영업을 허용하면서 현장의 단속을 강화하는 식으로 안전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맞지 않냐”고 지적했다. 한 식당 업주는 “같은 업종 간에도 방역 수준과 위험 요인이 모두 다른데, 정부는 일방적으로 업종이나 지역으로 구분해 통제하려 한다”며 “강력하고 세밀한 방역지침을 내놓고 지키게 하는 편이 방역과 자영업자 모두에게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에 ‘방역기준 조정 협의기구’를 통한 방역기준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지난 1년여간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역지침을 만들자는 취지다. 비대위 측은 “정부에 협의기구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당국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며 “방역당국은 지난 1년간 쌓아온 방역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는 방역과 경제의 문제가 아닌, 방역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상생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성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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