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인터뷰서 "그렇게 많은 공격 받을 줄 몰라"
북ㆍ미 정상회담은 "어려서 읽던 SF 소설"에 비유
지난달 20일 퇴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로 서울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에서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파이낸셜타임스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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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전 대사는 "한ㆍ일 간 역사적 갈등이 불거졌을 때 개인적으로 그렇게 많은 공격을 받을 줄 몰랐다"며 "일부 인종 차별(racial baiting)에 대해선 놀랐다"고 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일본인 어머니와 주일 미군인 아버지 사이에서 일본에서 태어났다. FT는 "해리스 전 대사는 일본계였기 때문에 일부 한국 언론의 타깃이 됐으며, 재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을 대하는 방식 때문에 그를 향한 분노는 더 커졌다"고 전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2019년 7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도 "한국에서 나의 민족적 배경(ethnic background)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한다"며 "한국처럼 진보적인 나라에서 놀라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리스 전 대사의 재임 내내 한ㆍ일 관계는 계속 악화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등 동맹을 향한 무리한 요구를 쏟아낸 탓에 이런 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한 대사로서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불붙었을 때 주한 미국 대사관 건물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시위 지지 구호를 담은 현수막이 걸렸는데, 외교가에선 옳은 일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에 반하는 입장 표명도 두려워하지 않는 '군인 해리스'의 기질에 더해 그가 국내에서 당한 인종차별적 대우에 대한 함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 해리스 전 대사의 콧수염까지 비판의 소재가 될 정도로 도를 넘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총독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는 해리스 전 대사의 사진에서 콧수염을 떼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고 여권에서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라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했다.
지난해 1월 미국 CNN 방송은 "해리스의 콧수염이 일제강점기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한 감정을 건드렸다"며 "한·미 동맹의 균열과도 연관된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콧수염이 논란이 되자 "군인과 외교관 삶을 구분짓기 위해 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해 7월에 "마스크 쓰려니 덥다"며 콧수염을 깎았다.
지난해 7월 길러왔던 콧수염을 면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의 모습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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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세 차례의 정상회담에 대해선 "어렸을 때 공상과학 소설을 읽곤 했는데도 이런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특히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간 회동은 미리 알았던 당국자가 거의 없었다고도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ㆍ미 관계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의 관계를 고려해봤을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미국 대통령들과는 다른 출발점에서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에서 일으킨 폭동에 대해 해리스 전 대사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끔찍한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국가들은 당시 사태에 대해서 즐거워하겠지만, 미국은 결국 더욱 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해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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