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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재난지원금 지급

4차 재난지원금·역세권 재개발·공매도 금지…재보궐선거용 경제정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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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편성을 둘러싸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경제정책이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선거전략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8전8퇴(8戰8退)’, ‘홍두사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권 여당에 끌려다녔던 홍 부총리가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선별 지원이 원칙’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은, 일선 공무원들의 ‘민심이반’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4차 재난지원금뿐만 아니라, 지난 4일 발표된 서울 32만·전국 83만호 주택 공급 대책도 여당의 선거전략 차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일 전격적으로 현재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3일까지 연장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도, 재보선 표심(標心)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경제정책이 집권 여당의 선거 전략으로 전락했다는 탄식이 세종시 경제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조선비즈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시선관위에서 재보궐선거에 사용할 방역물품을 공개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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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전국민 재난지원금총선승리 ‘학습효과’

6일 세종시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등 주요 경제부처 공무원들 사이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보편·선별’을 병행하는 4차 재난지원금 추진을 공식화한 배경이 ‘지난해 4월 총선 승리 방정식’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지난해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13조2000억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에 1인당 20만원 가량 전국민지원금을 지급한 것이 총선 승리의 1등 공신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정당국의 극렬한 반대해도 불구하고 여당이 보편지원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이 이 때의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정부는 소득 하위 50%에게만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로 범위를 소득 하위 70%로 확대했고, 자산이 포함되지 않은 기준으로 역차별 논란이 일자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의식한 여당이 ‘전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홍 부총리는 초반에 선별지원 기조를 유지했으나 곧 정치권의 입김에 밀려 이에 동의했다.

결국 가구 구성원수에 따라 수십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전국민에 지급됐다. 역대 정권 중 기본소득 형식의 ‘보편 지원’을 처음으로 실행한 것이었다. 당시 코로나19 2월 대유행 등 방역 위기 등에 밀려 주춤하던 여당은 4월 총선에서 180석 가량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경제적으로는 몰라도 정치적인 결과는 ‘대성공’이었던 셈이다.

연초부터 더불어민주당에서 자영업자 이익공유제, 손실보상제 등의 논의가 쏟아진 것도 작년 총선 승리의 학습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자업업자 계층에서 현 정부 지지도가 바닥이라는 점도 손실 보상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킨 요인으로 지목된다.

당초 여당 내에서는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을 작년 손실까지 소급해서 정부 재정으로 보상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손실을 소급해서 보상할 수 있는 법적 논리가 없다는 한계에 직면하자 4차 재난지원금을 전국민 보편-자영업자 선별 지원 투트랙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홍 부총리가 ‘보편 지원’에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은 선거용 예산 집행으로 재난지원금이 풀리는 것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관료사회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②서울 32만호·전국 83만호 공급폭탄 ‘개발공약’

4차 재난지원금이 전국민을 향한 득표 전략이라면, 지난 4일 발표한 주택 공급대책은 서울시 재보선에 특화된 맞춤형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직접 도시정비사업에 참여해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 전국적으로는 83만6000호 가량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공공 직접시행 방식에 참여할 유인으로 정비 사업의 주민 동의 요건을 4분의 3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했다. 또 초과 이익 환수를 면제하는 등 기존 민간 정비 사업 대비 10%~30%포인트(P)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규제책을 쏟아내던 정부가 규제 완화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같은 방안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서울 지하철 역세권 빌라 밀집 지역 등에서는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게 된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앞장서서 개발 호재를 부동산 시장에 던진 것이다. 더구나 이번 대책에서 공공주도 재개발에 대해서는 인허가권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중앙정부 보증으로 역세권 개발 등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쪽방촌인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을 10여개 동의 고층 아파트 단지로 재생하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서울역에서 남산 방향으로 있는 용산구 동자동 일명 서울역 쪽방촌 일대(4만7000㎡)가 사업 대상지로, 남산과 가까운 데다 서울역 인근이어서 교통도 매우 좋은 특급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조성된 쪽방촌 때문에 개발이 지체됐다. 정부는 이 곳에 공공주택 1450호, 민간분양 960호 등 총 2410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야당에서는 ‘선거용 눈속임’ ‘선거용 포커페이스’ 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선거를 목전에 두고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태세전환이 참 야속하다"며 "정부 여당이 뒤늦게 주택 공급확대 속도전을 한다"면서 이같이 적었다.

③공매도 금지 연장으로 ‘동학개미’ 우군 자처…"票퓰리즘"

금융위원회가 지난 3일 전격적으로 다음달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주식 공매도 한시적 금지조치를 오는 5월2일까지 한 달 보름 가량 재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은 동학개미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가가 폭락하자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고, 이후 이 조치를 6개월 추가 연장했었다.

당초 금융위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면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공매도에 부정적인 동학개미 등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여권의 주장에 밀려 한시적 금지를 연장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매도를 금지하는 나라가 됐다. 다른 나라들도 공매도를 금지했으나 대부분 나라가 현재 금지 조치를 푼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달에 공매도 금지를 해제했으며, 프랑스도 지난해 공매도를 금지한 뒤 몇 달 있다 이를 풀었다.

정부는 앞서 현행 10억원인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3억원으로 하향하는 방안도 동학개미들의 반발을 의식한 여야 정치권의 압박에 밀려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규제당국이 여론과 정치권의 ‘표퓰리즘’에 밀려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것이 시장의 유동성을 헤쳐 금융시장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리스크 헤지(손실 방지) 수단을 잃은 외인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철수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애초 3월 16일 해제였는데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데 대해 변명하지 않겠다"면서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해도 받을 수 있는 비판에 대해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세종=최효정 기자( 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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