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부처 방문지로 국무부 선택
"국방부, 세계 미군 재배치 검토할 것"
러시아에 "그냥 넘어가는 시대 끝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국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미군의 배치를 다시 검토하겠다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한 연설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전 세계 미군의 재배치에 관한 검토를 주도할 것"이라며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주독미군 철수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미군 주둔이 우리 대외정책과 국가안보의 우선순위와 적절히 부합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스틴 국방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긴밀히 협력해 국가안보 모든 분야에 걸쳐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를 6개월 앞둔 지난해 7월 주독미군을 3만6000명에서 2만4000명으로 1만2000명 감축하기로 결정했다며 독일 측에 일방 통보했다.
미군 감축의 이유로 든 건 독일이 방위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때문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한국에서도 미군을 감축하려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일단 트럼프의 미군 철수 명령에 제동을 걸면서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도 당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주둔을 놓고 "동맹을 협박하거나 갈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날도 "동맹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 국방부가 전 세계 미군의 배치를 재조정하는 계획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어 결과에 따라 향후 주한미군 역할이나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양국은 5일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8차 회의를 화상으로 열었다. 지난해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차 회의를 한 뒤 11개월 만에 협의를 재개한 것이다. 당시 양측은 2020년 분담금을 2019년 분담금(1조389억원)에서 13%가량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하고도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트럼프와 차별화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은 러시아에 대한 강한 경고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바이든은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임자와는 매우 다른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면서 "우리 선거를 방해하고, 사이버 공격을 하고, 자국민을 독극물에 중독시키는 등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에 대해 그냥 넘어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경쟁 속 협력'을 내세웠다. 그는 "우리는 중국의 공격적이고 강압적인 행동, 인권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공격에 맞설 것이지만, 미국에 이익이 되는 분야에서는 중국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취임 후 첫 방문 부처로 국무부를 택한 의미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가 대외정책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역설했다. 국무부 직원들을 향해서는 "이 정부는 여러분을 표적 삼거나 정치화하는 게 아니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문가 경시 풍조로 가장 큰 타격을 본 부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군사원조를 대가로 바이든 대통령과 차남의 비리를 캐라고 압박한 혐의를 받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전개 과정에서도 상당수 외교관이 인사 조치되거나 트럼프와 측근들로부터 모욕을 당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무부를 연설 장소로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국가안보 전략은 외교가 이끌게 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