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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대법원장 거짓말, 초유의 법관 탄핵…사법부에 떨어진 핵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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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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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이 터졌다.”

4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게 "탄핵" 발언을 한 적 없다는 해명이 하루 만에 거짓말로 드러난 데 현직 법관이 한 말이다.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라고 언론 보도에 입장문을 낸 건 3일 오후 1시쯤이었다. 그로부터 3시간이 안 돼 임 부장판사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다 구체적으로 반박문을 내며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그리고 4일 아침,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는 김 대법원장의 말은 육성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현직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거짓 해명’을 한 것이 낱낱이 밝혀지는 데 채 20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파문이 퍼지자 4일 오후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해 송구하다”는 사과했다.



일부 법관은 “거취 결정해야” 강경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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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녹취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일부 법관들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자기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 22일 면담 당시 상황에 대해 자신할 수 없었다면 “기억이 안 난다”는 등 원론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이런 상황은 막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결국 한 나라의 대법원장이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꼴이 돼버렸는데, 이런 경우는 건국 이래 없었다”고 한탄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이 건은 대놓고 저지른 범죄”라며 김 대법원장 스스로 거취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 년 가까이 법관의 사표를 묵혀두고 결국 탄핵이 될 때까지 기다린 것밖에 더 되겠냐”며 “입법부에 사법부를 내주겠다는 건데, 입법부 눈치를 보는 사법부 수장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탄핵 추진 언급 자체가 탄핵감”이라고 했다.





초유 육성 파일 공개에도 法 '코트넷'은 이상 없다



김 대법원장의 육성 파일이 공개된 이후 오후 4시까지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에서 공개적인 반발 움직임은 없는 상태라고 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런 행동을 하고 녹취 파일로 세상에 알려졌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생각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당장 법원별 판사회의를 열고 전국법관회의를 소집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 법원에서 그런 목소리를 앞장서서 낼 수 있는 판사들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법 부장판사는 “판사들도 정권이 무섭고 사법부 내 정권 친위대가 두렵다고 생각해 입을 닫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매우 큰 문제이지만, 판사들은 사건을 지켜본 뒤 신중히 입장을 표명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다수 판사는 이번 사태가 사법부의 위상과 법관들의 자존심에 굉장한 상처를 냈다는 점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김 대법원장이 자신에게 제기된 거취 문제를 외면한다 해도 사법부가 입은 상처는 적지 않을 거란 뜻이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법원 가족 여러분’이라며 법관들을 불러온 것이 김 대법원장 아니었나”며 “그런데 실상은 외부인이 구성원을 한 대 쥐어박으려 하는데 그를 붙잡아 팔을 뒤로 꺾은 뒤 때리라고 내주는 꼴”이라는 말로 대법원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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