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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정상과 통화한 文대통령, 중간에서 '선택' 강요받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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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정상과 통화한 文대통령, 중간에서 '선택' 강요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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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the300]]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2.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2.04. photo@newsis.com



“한반도 문제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 노력을 평가한다. 한국과 같은 입장을 공유하고, 한국과 같은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2월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국과 중국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다.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고, 중국은 문재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 지지한다.”(1월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열흘 정도 시차를 두고 문 대통령과 각각 전화통화를 했다. 공통된 핵심 메시지는 ‘협력’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모두 문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동맹적 가치’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나라 정상의 이런 얘기가 문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모두 우리와 ‘동맹’이란 걸 앞세웠지만, 속내는 “누구 편에 설 것인가?”를 묻고 있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보단 포괄적인 취지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그러면서 “함께 협력하면서 문제를 풀자”고 했는데, 한국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내세우며 독자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 대목에선 대중국 전략에서 동맹인 한국의 역할을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리로선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이 한반도 외에 미얀마, 중국 등 기타 지역 정세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라고만 밝혔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1.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1.26. photo@newsis.com



시진핑 주석은 보다 노골적으로 우리를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정상이 전화통화를 앞뒀다는 것을 알면서,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한 것 자체가 부담이란 얘기다. 미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먼저 문 대통령에게 전화한 게 ‘반미전선’ 구축에 힘을 보태달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외신들도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는 정책으로 동맹국 네트워크를 통한 '전략적 인내'를 꺼내든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적극 나섰다는 분석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욱 심해지면 두 나라 모두 우리나라에 “누구 편에 설 것인가. 하나만 택하라”는 압박을 노골적으로 할 수 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문 대통령의 양 국 정상들과 통화가 시작점이란 얘기다.

집권5년차를 맞은 문 대통령으로서도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임기를 1년여 밖에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미국과 중국의 역할과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인데, 북한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중국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외교적 딜레마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두 나라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야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을 풀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보다 미국내 여러 문제가 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소극적일 수 있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으로선 가장 큰 고민이 그 부분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욱 심해지면 한반도 문제 역시 짧은 시간에 다루기 힘들게 된다”며 “문 대통령이 두 나라 정상과 가진 전화통화가 우리나라가 놓인 현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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