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징계취소訴' 진행중 다시 중징계 가능성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게 직무정지라는 고강도 제재를 사전통보하면서 그룹 전반이 또 한 차례 격랑에 휘말린 모습이다.
손 회장은 앞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와 관련한 중징계(문책경고)를 둘러싸고 금감원장과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위가 한 단계 더 높은 직무정지의 위기에 봉착함에 따라 자칫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높아지는 분위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라임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 등에 대한 부문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라임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제재 통지문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오는 25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ㆍ직무정지ㆍ문책경고ㆍ주의적경고ㆍ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손 회장은 지난해 초 DLF 불완전판매의 책임에 따른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으면 잔여 임기를 끝낸 뒤로 3~5년 동안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연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손 회장은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회장직을 유지했고, 이후 징계를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본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직무정지 확정시 손 회장이 다시 한 번 소송전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크다.
이렇게 되면 회장직을 유지하는 것과 별개로 손 회장이 상당한 수준의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을 상대로 1년의 시차를 두고 소송을 2건이나 벌이는 것 자체가 만만찮은 일"이라면서 "소송의 승패를 떠나 손 회장이 느끼는 압박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부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거나 적어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감독책임 부재 속 'CEO 벌주기' 급급 논란도 고개
펀드사고 예방의 책임을 나눠져야 할 금융ㆍ감독 당국이 사후적으로 금융사 CEO를 무겁게 징계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 금융사들의 지배구조가 위태로워지고 금융산업 전반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 또한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책임을 마냥 회피하려는 건 아니다"면서도 "최근의 펀드사고는 제도 설계나 정비ㆍ관리 차원의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분명히 있는데, 당국의 어느 누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터지면 갑자기 강도 높은 점검에 나서고 마구 털어댄 다음 최고경영자에게 벌을 내리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지고 금융사가 적폐처럼 인식된다"면서 "이런 방식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또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들을 상대로 한 제재심에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와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에게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를 내렸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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