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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국, 미얀마 ‘쿠데타 규정’ 원조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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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 개입 말라” 비난전

유엔 안보리 입장 못 좁혀

[경향신문]



경향신문

바다 건너 일본에서 미얀마인들의 시위 일본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이 3일 도쿄 외무성 앞에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사진을 들고 자국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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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대응책을 둘러싸고 국제사회가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미얀마 제재 조치를 현실화하고 있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2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도 중국과 러시아의 미온적 태도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미국은 2일 미얀마 군부의 정권 장악 행위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대외 원조 중단 등 제재 현실화에 나섰다.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신중한 검토 끝에 버마(미얀마)의 집권당 지도자 아웅산 수지와 적법하게 선출된 정부 수장 윈민이 2월1일 군사 쿠데타로 물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면서 “이런 평가는 버마 정부에 대한 대외 원조에 일정한 제약을 촉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2012년 이후 폭력 퇴치, 민주주의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위해 미얀마에 약 15억달러(약 1조6722억원)를 제공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는 미얀마 쿠데타를 강력 비판하면서도 ‘쿠데타’라는 용어 대신 ‘군부의 정권 장악’이라고 표현해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주의 궤도를 뒤집은 이들의 책임을 묻고 민주주의와 법치 존중을 지지하기 위해 역내 및 전 세계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한편 관영매체를 동원해 미국의 개입을 비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얀마 각측이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갈등을 적절히 처리하며 정치·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관영 환구시보는 연일 “미국의 미얀마 개입은 불 위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쿠데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해 초 미얀마를 방문해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프로젝트 등 인프라 관련 협약을 대거 체결하는 등 영향력 확대를 추진해왔다. 미얀마 군부와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미얀마 정부 중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려워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도 미온적으로 반응하거나 내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각국의 대응이 엇갈리면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도 성과 없이 끝났다. AP통신은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안보리 15개 회원국이 모여 성명 초안을 작성했으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본국에 이를 보내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해 최종 확정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성명 초안에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군부를 규탄하는 동시에 구금된 정치 지도자 전원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엔 안보리 순회 의장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 대표는 이날 회의 뒤 “안보리에서 계속 (미얀마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한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안보리의 성명은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채택되는데, 각국 입장차가 뚜렷해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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