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P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의료인들은 군부에 대해 진료 거부에 나섰고 도심에서는 항의성 자동차 경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군부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연이어 올라오는 가운데 군부는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영국 가디언은 3일부터 미얀마 전역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들이 진료 거부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에 대한 의료 지원을 중단한 것은 물론 일부는 아예 출근을 거부했다. 국공립 병원 20여 곳과 수도 네피도에 있는 병상 1000개 규모의 병원도 참여했다. 미국 ABC에 따르면 미얀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4만300명, 사망자는 3100여 명(2일 기준)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 체계가 마비되면 군부도 곤란해 질 수 있다. 미얀마 의료인들은 2015년에도 군부에 반대하는 ‘블랙리본 캠페인’을 벌였다.
주택가에서는 시민들이 2일 오후부터 발코니로 몰려나와 “아웅산 수지 만세”를 외치며 양철 화분, 프라이팬 등 금속 집기를 시끄럽게 두들겼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수지 국가고문은 쿠데타가 일어난 1일 가택 연금됐다. 한 시민은 “북을 치거나 집기를 두들겨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은 악마를 쫓아낸다는 뜻”이라며 군부도 물러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ABC뉴스에 전했다.
군 소유 기업에서 생산한 맥주 등에 대한 불매 운동도 번지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한 식당 주인은 “시민들이 지지하는 정부만 인정하겠다”며 군 기업이 납품하는 식자재는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는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을 상징하는 ‘붉은색’ 사진이 잇달아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붉은색 배경의 수지 고문 사진과 군부 비판 메시지를 올리며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미얀마 시민운동가들이 개설한 ‘시민불복종 운동’ 페이스북 페이지는 개설 24시간 만에 구독자 15만 명을 모았다.
주요 외신은 미얀마 시민들이 대규모 거리 집회 대신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수지 고문의 안위를 염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리 시위가 군을 자극하고 폭력 사태로 번질 경우 수지 고문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도 있어서다.
군부는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현지 매체 미얀마 타임스는 “공보부는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고 3일 보도했다.
국제 사회는 비판 강도를 높였다. 미국 국무부는 2일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미얀마에 대한 모든 원조프로그램을 제한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페이스북은 쿠데타 선언을 온라인으로 방송한 미얀마 군부TV의 계정을 폐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일 미얀마 사태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기 위해 긴급 비공개 화상회의를 열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