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불복종' 운동 확산...냄비치며 소음시위도
일부 의료진, 가슴에 검은 리본 달고 저항 메시지
남성아이돌 그룹 NCT 멤버 재민의 팬인 한 미얀마인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군부 쿠데타가 벌어진 자국의 상황을 전하며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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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아, 인터넷이 끊어졌어. 널 보기 힘들더라도 열심히 사랑하고 있을게."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국민들의 저항 운동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에 도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퍼지고 있다. 특히 미얀마의 K팝 팬들은 한글로 "도와주세요"라는 글귀를 남기며 쿠데타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파하고 있다.
3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가수의 사진을 프로필로 쓰는 미얀마인 팬들이 한글로 "우리 미얀마를 도와주세요"라고 적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 NCT, 엑소 등의 팬들이 직접 미얀마 상황을 알리며 도움을 촉구하고 있다.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며 미얀마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한 미얀마인은 NCT의 멤버 재민의 팬임을 밝히며 "재민아, 무슨 일이 있든 나는 너를 너무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라며 "인터넷이 끊어졌어. 걱정 마. 난 너 하나만 사랑하고 있을게"라는 글을 이날 올렸다. 실제로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킨 뒤 통신 시스템을 중단시켜 일부 지역에서는 온라인이 차단되거나 이용이 제한됐다.
남성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인 미얀마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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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팬은 그러면서 "저는 미얀마 사람이다"며 "만약 저한테 소식이 더 이상 없다면 우리나라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도와달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또 BTS 팬으로 보이는 다른 미얀마인도 트위터에 "우리의 아웅산 수치 주 보좌관, 윈 민트 대통령, 고위 공무원, 선출된 의원 등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이제 군에 구금되었으니 긴급한 관심을 촉구한다"며 "지금 미얀마(버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군사 쿠데타를 막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를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내용의 글은 많은 미얀마인들이 SNS에 퍼뜨리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게시물에 '세이브 미얀마(#SaveMyanmar)', '미얀마 쿠데타(#Myanmarcoup), 군부를 거절한다(#Reject_the_Military)', '미얀마는 민주주의를 원한다(#Myanmar_wants_Democracy)' 등 다양한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SNS로 퍼지는 저항운동...'소음 시위'·검은 리본 달기 전해
한 미얀마인이 트위터에 미얀마 의료진이 왼쪽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있는 모습을 소개했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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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폭동 등을 조장하지 말라고 경고를 내림으로써 향후 시민들의 저항 시위가 커지면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미얀마인들은 SNS에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치고 있다.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거리 사진을 올리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전하는가 하면, 시민들이 쿠데타에 반대하는 이른바 '소음 시위' 동영상도 일제히 올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대한 저항의식이 커지고 있다"면서 "가장 큰 도시인 양곤 주민들은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동영상이 SNS에 올라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시민운동가들은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가운데 청소년 및 학생들은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동참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10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의료진의 보이지 않는 저항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국립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위해 업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의료진은 왼쪽 가슴 부위에 검은 리본을 달고 쿠데타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이 불법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1일 새벽 쿠데타를 일으켜 수치 고문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을 구금하고 정권을 빼앗았다. 군부는 1년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1개 부처 장관 자리에 친군부 인사들을 새로 앉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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