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정부 모두와 좋은 관계 유지…서방 개입 반대 외칠 듯
현지 진출기업 인프라 건설 차질…"교역거점 통관 정상 회복"
소총 들고 국회의사당 주변 순찰하는 미얀마군 |
(베이징·선양=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차병섭 특파원 = 미국이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를 강력히 비난하며 제재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중국은 사태를 관망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2일(현지시간)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정권 장악을 노린 군사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군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환구시보는 3일 사설에서 "불 위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사태를 더 악화할 뿐"이라면서 개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쿠데타 당일인 지난 1일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일제히 미얀마 군부를 비난한 것과 달리 중국은 안정만을 강조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얀마의 좋은 이웃"이라면서 "미얀마 각측은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갈등을 적절히 처리하며 정치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과 환구시보 등은 '쿠데타'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입장을 보이면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려워 미얀마 군부와 정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정부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 또한 그동안 미얀마 군부뿐 아니라 수치 고문에도 굉장히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미얀마 사태에 쉽사리 개입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중국으로서는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미얀마 군부 편을 들면 문민정부와 담을 쌓게 되고 군부를 비난하면 중국 군부와 미얀마 군부의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난처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얀마의 현 상황에 대해 미국과 서방이 내정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며 내부 해결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샤먼대학 판훙웨이(範宏偉) 교수는 "누가 권력을 잡든 중국은 집권 방식이 합법적인 한 그 결과를 존중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의원 구금된 영빈관 지키는 미얀마 무장 경찰 |
중국은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기존 해상 운송로 외에 미얀마를 지나는 새로운 송유관을 건설하고 있는 만큼, 미얀마는 에너지 안보 등의 측면에서 중국에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
미얀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 유일하게 방문해 선물 보따리를 안긴 나라이자,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올해 처음 방문한 아시아 국가였다.
미얀마는 캄보디아, 라오스와 함께 친미 성향의 베트남을 견제하는 가치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원한 것에는 미얀마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얀마는 민주 정부 집권 이후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해 왔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미얀마를 제재할 경우 군부 지도자들의 해외 사업 추적·통제, 원조 및 무역 중단 등의 선택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로서는 현 상황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원조를 끊을 경우 미얀마가 중국 편에 설 우려가 있고,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으면 '민주화 진전'에 대한 약속을 어기게 되는 만큼 딜레마에 처해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미얀마 현지에 진출한 중국 에너지 및 건설분야 기업들은 정국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중국기업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및 중국-미얀마 경제회랑(CMEC) 사업에 따라 미얀마 인프라 건설 등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2019~2020년 회계연도 기준 미얀마 전체 교역의 33%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기도 하다.
중국 전력건설그룹 관계자는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진행 중이던 사업이 모두 중단됐고 안전상의 문제로 개인적인 이동도 통제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미얀마 내 자본흐름이나 물류에 장애가 생기고 현지인 고용도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 교통건설그룹 관계자도 진행 중이던 인프라 건설사업이 중단됐고 현지 지사에 비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중국이 중희토류 수요의 절반 이상을 미얀마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희토류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 미얀마의 최대 교역거점인 윈난성 루이리(瑞麗) 통상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적 왕래 없이 물류 이동만 이뤄져 왔으며, 지난 1일 잠시 통관이 중단됐다가 2일 정오께 정상을 회복한 상태라고 중국중앙(CC)TV는 전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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