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설연휴까지 연장
자영업자 "생존권 침해 당해" 오픈 시위
전문가 "정부 방역 단체기합 방식…체제 개선해야"
2일 정부의 방역지침 조정 토론회가 열리는 '브라운스톤 서울' 앞에서 한 자영업자가 생존권 보장과 영업시간 확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중소상인·실내체육시설단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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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 자영업자 단체는 정부의 '9시 이후 영업 제한'으로 인해 생존권을 침해당했다며 무기한 오픈 시위에 돌입했다. 이들은 "중소상인 죽이는 '아홉시'의 저주! 밤이 깊어지면 코로나가 사라지냐! 영업시간 확대하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행 거리두기 체계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설 연휴인 오는 14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오후 9시 이후 식당과 카페 등 매장 영업 제한 등 조처도 계속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설을 맞아 시중에선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말이 회자 되고 있다"라며 "지금의 위기를 잘 넘기고 온 가족이 마음 편히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이 곧 올 수 있도록, 이번 설 연휴만큼은 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명절 특수를 노린 자영업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자영업자 단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미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데다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생존권까지 침해당하고 있다며 무기한 오픈 시위에 돌입했다.
음식점·호프비상대책위원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19개 단체들은 2일 성명서를 내고 "중소상인과 실내체육시설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단체는 이어 "이번 오픈 시위는 절박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고심 끝에 선택한 불가피한 최후의 집단행동"이라며 "정부의 방역지침을 무력화하거나 코로나19를 확산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업종별로 준비한 철저한 추가적인 방역지침 하에 이루어지는 생존권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위 중단 조건으로 △최소한 자정까지 영업시간 허용 △업종별 맞춤형 추가 방역지침 제시 △방역지침 조정 시 현장 당사자 참여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절기상 입춘(立春)인 3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두꺼운 옷을 입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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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은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데 동의했으나, 일부 시민들은 '거리두기 조치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 중 '3차 대유행' 시기 거리두기 정책이 공정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48.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공정했다'고 생각한 국민은 49.3%였다.
거리두기로 영업이 중단·제한된 자영업자에게 국가 재정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79.8%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운영 중단·제한이 없더라도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도 61.7%가 동의했다. 국민 대부분이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있으며, 방역의 형평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에만 매몰되어 있는 현행 거리두기 체계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2일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 발표에서 "현재는 어떤 시설 유형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고위험시설로 규정하고 문을 닫게 하고 있는데, 이건 단체기합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가가 문을 닫게 하고 보상은 해주지 않는 불공정한 거리두기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명령에 따라 문을 닫는 자영업자 호주머니는 화수분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평균적으로 얼마나 줄일지, 그 비용이 우리 사회 전체에 골고루 퍼지지 않고 소상공인, 비정규직 등 특정 계층에 경제적 피해가 집중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국민 피로감을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의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현행 거리두기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 교수는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이 단계에만 매몰돼 있다고 지적하며 "방역 강도를 높이면 확진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데, 연관성이 있는 것 같지 않다. 확진자 규모에 따라 단계 격상을 하는데 그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어 "이제는 거리두기에서 환자가 아닌 국민을 봐야 한다"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지속 가능한 정책을 유지하려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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