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목)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한반도 상륙한 ‘변이 바이러스’ 3종…“백신·치료제 개발 속도 높여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3종 한국서 동시 발생
3차도 안 끝났는데 4차 대유행 우려
전문가 "전 세계 변이 바이러스에 공동 대응해야"

조선비즈

인체에 감염된 코로나 바이러스(주황색)의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상북도 지역에서 해외 입국한 딸에 이어 어머니도 남아공발 첫 가족 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사례가 나오며 이에 대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영국·남아공·브라질 3종 변이 바이러스가 연이어 확인되면서 "백신 효과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3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30대 여성이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같은 집에 살던 어머니도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 어머니는 귀국 뒤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이던 딸과 밀접 접촉했다가 지난달 29일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두 사람을 감염병 전담병원 1인실에 입원시켰다. 또 둘과 접촉한 13명을 검사한 뒤 자가격리시켰다. 방역당국은 접촉자들에게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현재 각종 변이를 일으키며 진화 중이다. 대표 변이종으로는 영국발과 남아공발·브라질발 등 3종이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남아공발 변이는 31개국, 영국발 변이는 70개국, 브라질 변이는 8개국에서 보고됐다. 질병관리청은 "한국은 세 가지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실이 모두 확인된 전 세계 9개국 가운데 하나"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가 또 다른 팬데믹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코로나19 자문단 소속 전문가는
향후 6~14주 내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미국에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전염병 권위자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봄이면 미국에서 변이들이 더 지배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3가지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총 34명(영국발 23명, 남아공발 6명, 브라질발 5명)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영국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약 1.5배 전파력이 증가됐다고 보고됐다"며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지난달 1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해외입국자들이 방역관계자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는 높은 재감염률이 특징으로 알려졌다. 실제 브라질에서는 남아공발과 브라질발이 동시에 감염된 사례까지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변이를 넘어 변종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3~4월에 4차 대유행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하루 신규 확진자수가 300~400명대 수준이다. 여전히 신규 확진자수의 추세가 확실히 꺾였다고 볼 수 없는 데다, 설연휴기간과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확산 등 불안 요소들이 있어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문제는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개시하지 않아,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할 경우 백신 예방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가 지난달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영국에서 89.3%의 예방 효과가 나타난 반면 10명 중 8~9명꼴로 변이가 발견되고 있는 남아공에선 효과가 49~60%까지 떨어졌다.

미국 제약사 얀센이 지난달 공개한 백신 임상 3상 결과에서도 남아공발 변이에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상을 진행한 8개 국가에서 평균 66%의 예방 효과를 보인 데 반해 남아공에서는 57%의 효과를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효과가 50%를 넘어서면 유효한 것으로 본다.

변이 바이러스 출몰 이전에 임상시험을 마친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 관련 데이터가 없다. 이들은 새 백신 후보 물질을 개발해 2분기 중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에서 곧 접종이 개시될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남아공 변이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비슷하게 백신을 접종해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존하는 한, 변이 바이러스는 지속해서 만들어질 수 있어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백신은 접종 속도가 관건"이라면서 "우리나라나 선진국만 바이러스를 막는 것보다도 글로벌 차원에서 모든 국가가 같이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 국민 70% 접종 후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 3종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현재 허가된 백신의 효과도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집단면역 목표치를 최대 90%로 상향하는 식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애초 (정부) 목표는 70% 접종 후 집단면역 형성이었으나,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하며 상황은 바뀌었다"면서 "질병관리청 등 방역당국도 정책방향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