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경적 울리고 냄비 두들겨
의료진은 빨강·검정 리본 운동
미얀마에서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관저에 구금하는 쿠데타가 벌어진 지 하루 만인 2일 저녁(현지시각), 양곤에서 쿠데타에 저항하는 ‘소음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이 쇠꼬챙이로 쟁반을 두드리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이 시작됐다. 시민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냄비를 두드리는 등 ‘소음’으로 항의의 뜻을 표출했고, 의료진은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13면
3일 저녁(현지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거리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민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 같은 시각 각 가정의 발코니에서는 시민들이 냄비와 프라이팬을 부딪치며 거리로 굉음을 내보냈다. 지난 1일 군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관저에 연금한 이후 첫 항의 시위다.
시민들은 특히 냄비·프라이팬 등 금속 식기를 부딪치며 “악은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쳤다. 미얀마에서 불행이나 불운을 쫓아내는 전통적인 의식이다. 청년과 학생 단체들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제안하는 가운데, 이를 촉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24시간 만에 ‘좋아요’ 15만여회를 기록했다.
3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아웅산 수치를 상징하는 빨간색 리본을 단 채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미얀마 공공병원의 의료진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기 위해 파업을 포함한 시민불복종 운동을 시작했다. 양곤/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수도 네피도와 양곤 등 전국의 공공병원 70곳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도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공공병원 의료진은 3일부터 아웅산 수치의 석방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대신 의사들은 자택과 개인 병원 등에서 환자를 돌볼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의료진 사이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의료복에 검은색 또는 붉은색 리본을 다는 운동도 시작됐다. 일부 의사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방호복 뒤에 “독재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문구를 새겨넣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항의 운동에 참여한 의사 묘 테 우는 <로이터>에 “우리는 독재자와 선출되지 않은 정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들은 우리를 언제라도 체포할 수 있다. 우리는 그에 맞서기로 결정했다. 우리 모두는 병원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쿠데타에 항의하는 의료진들의 사직 움직임도 시작됐다. 사가잉 지역 몽과병원 마취의 나잉 투 아웅(47)은 “국가와 국민을 돌보지 않는 군 의사와 함께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사직한다”며 “이는 내가 그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군부의 통신 및 인터넷 규제 조처에 맞서 오프라인 메시지 앱을 깔아 대처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오프라인 메시지 앱인 ‘브리지파이’는 최근 미얀마에서 이 앱이 100만회 이상 내려받기(다운로드) 됐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의료진들이 검은 리본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었다. <비비시>(BBC)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북 원전 지원 공방 기사 보기▶공매도 논란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