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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의료진, 軍 관련 의료행위 거부…‘군부 쿠데타’ 불복종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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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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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불복종’ 움직임이 전역에서 퍼지고 있다.

2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얀마의 많은 의료진들은 3일부터 군(軍)과 관련된 의료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군인을 치료하거나 군의 의료지원 요청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일부 의사들은 아예 출근 자체를 거부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미얀마 전역 수 십 곳의 병원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방송 CNA는 한 의료진이 “우리는 독재자와 군부 정권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운동에 참여했다고 3일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안티 쿠데타(Anti-Coup)’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프로필 사진을 붉은 색으로 바꾸고 나섰다. 붉은 색은 수지 고문이 이끄는 정당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수지 고문은 1일 쿠데타 직후 군부에 의해 가택 연금된 상태다.

도심에서도 시민들의 항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쿠데타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양철 화분을 시끄럽게 두드렸다. 거리의 운전자들도 경적을 울려대며 항의 의사를 밝혔다. 밤에는 집 베란다에 촛불을 켜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군이 국가 경제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미얀마에서 불매 운동도 번지고 있다. 군과 관련된 기업의 물건은 사지 않겠다는 뜻이다. 외신은 군 소유의 주류회사에서 만든 맥주는 마시지 말자는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시민들이 대규모 거리집회 대신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수지 고문의 상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집회가 벌어질 경우 혹여나 군을 자극해 군이 수지 고문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얀마 국민들은 ‘존경의 대상’인 수지 고문의 안위를 걱정해 집회 대신 시민불복종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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