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중·러 반대로 공동성명 채택 불발
미얀마 군인들이 2일 수도 네피도에서 국회의사당으로 통하는 도로를 장갑차와 바리케이드로 가로막고 경비하고 있다. 네피도=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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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일 밤(현지시간)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처음 열렸다. 양곤 시민 수십명은 정해진 시간에 일제히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들기며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원래 이 시위는 양곤 시내 일부 지역에서 단 몇 분간 돌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15분 이상 길게 이어졌다. AP통신은 군부에 의해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건강을 기원하고 석방을 외치는 구호도 들려왔다고 전했다. 처벌을 우려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위 참석자는 “미얀마에서 북을 두들기는 문화는 악귀를 쫓아내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일부 민주화단체는 이날 오후 8시에 일제히 소음을 내는 방식으로 쿠데타 반대 의사를 보여달라고 양곤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표 윈 하틴도 이날 수도 네피도에 있는 당사에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우리를 지지한 모든 유권자들은 수치 고문의 지시에 따라 시민 불복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쿠데타의 폐해는 이 나라에 뿌리 박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나라가 여전히 가난한 이유다”라며 군부를 비판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네피도 정부청사 단지에 구금했던 NLD 소속 의원 400명을 풀어줬다. 다만, 비슷한 시각에 관저에 구금된 수치 고문에 대한 억류 조치는 유지했다. NLD 대변인은 수치 고문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전했다.
하루 전 군부는 문민정부 2기 출범과 새로운 의회 개회를 위해 네피도에 모인 의원들을 구금하고 정권을 탈취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이 불법선거라는 주장을 내세운 군부는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장ㆍ차관 21명을 내쫓고 11개 부처 장관을 친군부 인사들로 새로 임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미얀마 쿠데타를 논의했다. 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유엔 안보리가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분명한 신호를 즉각적으로 보내야 한다”며 “안보리의 근본 역할은 민주주의가 신속하게 회복되고 국가가 다시 고립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검토 의견을 피력해 공동 성명은 채택되지 못했다. 바바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대사는 “유엔 안보리 동료들과 논의는 다음 단계에서 지속될 것”이라며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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