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맞춤·전국민' 병행 의사…홍남기 "한번에 안돼" 작심 반대
어제 당정 회의서도 김태년·홍남기 격돌…靑, 정리 나서나
이낙연 - 홍남기 |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설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당정 간 극명한 입장차가 공개 표출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당정청 삼각 공조가 파열음을 빚으면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도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경 편성에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급을 함께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당에서는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4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기류였지만, 홍 부총리는 "추경 편성 논의는 3월에야 가능하다"며 시기마저도 당과 이견을 보였다.
이 대표는 방송 인터뷰에서 당정 이견과 관련해 "앞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며 "장막을 치고 벽을 치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지난해 재난지원금 편성 과정에서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당과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 간 신경전은 매번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당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몇 시간 만에 경제 수장이 공개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균열 조짐으로 보인다.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협의에서도 감지됐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국민과 맞춤형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홍 부총리가 동시 지급은 불가하다고 맞서면서 회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흘렀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치는 1시간 가까이 계속됐고 결국 김 원내대표가 "정부는 후속 조치를 하라"는 최후통첩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민주당에서는 격앙된 반응과 함께 홍 부총리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당정 신경전이 벌어질 때마다 막판에 물러서면서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홍 부총리도 주변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마치고 김태년과 인사하는 이낙연 |
정치권에선 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뿐 아니라 가덕도 신공항 등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어 당정 간 갈등이 반복되리란 관측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결국 청와대가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추가 지원책'을 언급하며 4차 재난지원금 논의에 물꼬를 텄지만, 청와대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날 당정청 협의에 함께 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국민 지급 문제를 당장은 언급하지 말자면서 사실상 홍 부총리의 편에 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로서도 기존 지원책을 뛰어넘는 대책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일선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당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문제는 기재부 공무원들이 아니라, 결국 대통령과 당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 주재하는 홍남기 부총리 |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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