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 때문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정부가 재택근무용 프로그램을 사는 기업에는 얼마씩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택근무와는 거리가 먼 미용실이나 분식집, 족발집에서도 프로그램을 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한승구 기자, 노동규 기자가 함께 취재했습니다.
<한승구 기자>
이 회사는 원래 기업 워크숍 같은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명길/이벤트업체 대표 : 2월에 연기된 행사가 3월 달에 또 연기, 4월달에 또 연기, 그러다가 5월부터는 행사가 취소가 되는 거예요.]
사업 방향을 온라인 행사로 바꾸고, 직원들도 원격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급하게 재택근무용 프로그램을 구매했는데, 마침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 근태관리, 재무관리, 급여관리. 원래는 되게 비싸요 이런 프로그램들이. 맞춤으로 만들려면 더 어렵거든요.]
싼값에 비대면 업무 환경을 꾸릴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이른바 바우처 사업이 있습니다.
비용의 10%만 내면 최대 400만 원 한도 내에서 나머지는 정부가 비용을 내줍니다.
올해도 6만 개 중소기업을 모집해서 총 2,160억 원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이 지원금을 어디에 썼는지 살펴봤더니 미심쩍은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
<노동규 기자>
저희가 입수한 바우처 사업 지출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재택근무 앱을 미용실, 분식집, 또는 족발집에서 대거 구입한 게 눈에 띕니다.
미용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본인 명의로 재택근무 앱을 구매한 사실조차 모르거나, 아니면 대답을 피합니다.
[A 미용실 업주 : (앱은 다운받으셨어요?) 저는 집에 컴퓨터도 없고 스마트폰 사용도 할 줄도 몰라서 저는 잘 모르겠어요.]
[B 미용실 업주 : 어플이요? 아 그거를 왜, 왜 SBS에서 조사를 하는 거예요? 저 몰라요, 그거에 대해서 몰라요!]
결국 한 미용실에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C 미용실 업주 : 한 30만 원대 정도… 그 정도 받았어요. 더 이상 이제 묻지 마세요. 이게 우리가 말을 참 조심해야 되거든요. 말을 잘 못 하면, 엄청 골치 아픈 일이…]
앱을 구매하면 현금을 제공 받는 이른바 '페이백 거래'가 이뤄진 겁니다.
먼저 미용사 단체를 상대로 영업을 해 회원 정보를 받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결제를 대행해 앱을 판매한 뒤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겁니다.
관련 회사는 "그런 사실 없다"고 밝혔지만, 협회에서는 누군가에게서 연락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미용사 단체 지회 사무국장 : 바우처 판매하는 데서 연락이 왔었죠. 나중에 잘 되면 후원금 좀 받아야죠.]
이곳 남대문시장 상인들 가운데 약 500명도 400만 원짜리 재택근무 앱을, 각각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억 원어치입니다.
[남대문시장 의류상가 상인 : 저희는 잘 모르죠. (결제를 선생님이 하시는 건데 모르세요?) 그래도 잘 모르는데. (얼마나 받는지 궁금해요.) 부가세 정도죠. 400만 원에 10%밖에 안 되는 거지…]
현금 리베이트 약속에,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동원한 대리 결제가 이뤄졌습니다.
['바우처 플랫폼' 공급기업 측 전직 직원 : (수요기업에) 전화를 걸어서 인증번호 받아서 회원가입 하면 끝입니다. 전화만 직접 받으시면 5분 안에 끝나는 작업입니다. 모인 사람들끼리 하루 한 80건 이상 한 것 같습니다.]
경북 영주에 있는 한 시장 상인들도 화상 회의와 재택근무 앱을 샀습니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 : 화상회의라는 건 뭐 같이 얼굴 보며 말하는 거 아냐 그죠? 나는 그건 아니고 유튜브로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홍보'하면서 우리가 이제 물건을 팔 수 있는 거.]
정부 보조금 사업에 대한 대리 신청과 대리 결제는 중기부가 금지한 부정행위입니다.
SBS가 지난해 이런 문제를 제기했을 때 중기부는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현장에서는 중기부를 내세운 명함을 들고 영업하는 곳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런 부정을 적발해야 하는 한 기관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밝힙니다.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관계자 : 짧은 시간에 8만 개(수요기업 심사를) 하다 보면… 조금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관계자 : 무슨 떡볶이집이다… 뭐 1인 미용실이다, 택시기사다, 그런 건 금시초문이거든요? 실제로 돈을 받아 갔어요? 순댓국집이? 그건 저도 좀 알아봐야겠네요.]
중기부는 "부정행위에 대해서 면밀히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비대면 바우처 사업은 오는 16일, 올해 새 신청자 지원을 받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승진, VJ : 정영삼·정한욱, 작가 : 김채현,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한승구, 노동규 기자(likehan9@sbs.co.kr)
▶ [단독] '월성 원전 폐쇄 의혹' 공소장 전문 공개
▶ 코로나19 현황 속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코로나 때문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정부가 재택근무용 프로그램을 사는 기업에는 얼마씩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택근무와는 거리가 먼 미용실이나 분식집, 족발집에서도 프로그램을 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한승구 기자, 노동규 기자가 함께 취재했습니다.
<한승구 기자>
이 회사는 원래 기업 워크숍 같은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명길/이벤트업체 대표 : 2월에 연기된 행사가 3월 달에 또 연기, 4월달에 또 연기, 그러다가 5월부터는 행사가 취소가 되는 거예요.]
사업 방향을 온라인 행사로 바꾸고, 직원들도 원격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급하게 재택근무용 프로그램을 구매했는데, 마침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 근태관리, 재무관리, 급여관리. 원래는 되게 비싸요 이런 프로그램들이. 맞춤으로 만들려면 더 어렵거든요.]
싼값에 비대면 업무 환경을 꾸릴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이른바 바우처 사업이 있습니다.
비용의 10%만 내면 최대 400만 원 한도 내에서 나머지는 정부가 비용을 내줍니다.
올해도 6만 개 중소기업을 모집해서 총 2,160억 원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이 지원금을 어디에 썼는지 살펴봤더니 미심쩍은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
<노동규 기자>
저희가 입수한 바우처 사업 지출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재택근무 앱을 미용실, 분식집, 또는 족발집에서 대거 구입한 게 눈에 띕니다.
미용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본인 명의로 재택근무 앱을 구매한 사실조차 모르거나, 아니면 대답을 피합니다.
[A 미용실 업주 : (앱은 다운받으셨어요?) 저는 집에 컴퓨터도 없고 스마트폰 사용도 할 줄도 몰라서 저는 잘 모르겠어요.]
[B 미용실 업주 : 어플이요? 아 그거를 왜, 왜 SBS에서 조사를 하는 거예요? 저 몰라요, 그거에 대해서 몰라요!]
결국 한 미용실에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C 미용실 업주 : 한 30만 원대 정도… 그 정도 받았어요. 더 이상 이제 묻지 마세요. 이게 우리가 말을 참 조심해야 되거든요. 말을 잘 못 하면, 엄청 골치 아픈 일이…]
앱을 구매하면 현금을 제공 받는 이른바 '페이백 거래'가 이뤄진 겁니다.
먼저 미용사 단체를 상대로 영업을 해 회원 정보를 받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결제를 대행해 앱을 판매한 뒤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겁니다.
관련 회사는 "그런 사실 없다"고 밝혔지만, 협회에서는 누군가에게서 연락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미용사 단체 지회 사무국장 : 바우처 판매하는 데서 연락이 왔었죠. 나중에 잘 되면 후원금 좀 받아야죠.]
이곳 남대문시장 상인들 가운데 약 500명도 400만 원짜리 재택근무 앱을, 각각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억 원어치입니다.
[남대문시장 의류상가 상인 : 저희는 잘 모르죠. (결제를 선생님이 하시는 건데 모르세요?) 그래도 잘 모르는데. (얼마나 받는지 궁금해요.) 부가세 정도죠. 400만 원에 10%밖에 안 되는 거지…]
현금 리베이트 약속에,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동원한 대리 결제가 이뤄졌습니다.
['바우처 플랫폼' 공급기업 측 전직 직원 : (수요기업에) 전화를 걸어서 인증번호 받아서 회원가입 하면 끝입니다. 전화만 직접 받으시면 5분 안에 끝나는 작업입니다. 모인 사람들끼리 하루 한 80건 이상 한 것 같습니다.]
경북 영주에 있는 한 시장 상인들도 화상 회의와 재택근무 앱을 샀습니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 : 화상회의라는 건 뭐 같이 얼굴 보며 말하는 거 아냐 그죠? 나는 그건 아니고 유튜브로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홍보'하면서 우리가 이제 물건을 팔 수 있는 거.]
정부 보조금 사업에 대한 대리 신청과 대리 결제는 중기부가 금지한 부정행위입니다.
SBS가 지난해 이런 문제를 제기했을 때 중기부는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현장에서는 중기부를 내세운 명함을 들고 영업하는 곳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런 부정을 적발해야 하는 한 기관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밝힙니다.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관계자 : 짧은 시간에 8만 개(수요기업 심사를) 하다 보면… 조금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관계자 : 무슨 떡볶이집이다… 뭐 1인 미용실이다, 택시기사다, 그런 건 금시초문이거든요? 실제로 돈을 받아 갔어요? 순댓국집이? 그건 저도 좀 알아봐야겠네요.]
중기부는 "부정행위에 대해서 면밀히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비대면 바우처 사업은 오는 16일, 올해 새 신청자 지원을 받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승진, VJ : 정영삼·정한욱, 작가 : 김채현,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승구, 노동규 기자(likehan9@sbs.co.kr)
▶ [단독] '월성 원전 폐쇄 의혹' 공소장 전문 공개
▶ 코로나19 현황 속보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앵커>
코로나 때문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정부가 재택근무용 프로그램을 사는 기업에는 얼마씩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택근무와는 거리가 먼 미용실이나 분식집, 족발집에서도 프로그램을 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한승구 기자, 노동규 기자가 함께 취재했습니다.
<한승구 기자>
이 회사는 원래 기업 워크숍 같은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정부가 재택근무용 프로그램을 사는 기업에는 얼마씩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택근무와는 거리가 먼 미용실이나 분식집, 족발집에서도 프로그램을 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한승구 기자, 노동규 기자가 함께 취재했습니다.
<한승구 기자>
이 회사는 원래 기업 워크숍 같은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