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1만5500원(4.18%) 내린 3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전인 1일에는 4만7000원(14.51%) 오른 37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었다. 캐나다에서 피하주사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가 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공매도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맞물리며 주가가 끌어올렸다.
일러스트=박상훈 |
◇ 불붙은 한국판 게임스톱…첫 타자는 ‘셀트리온’
개인 투자자들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1일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성명서에서 "대표적 공매도 피해 기업인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028300)주주연대가 연합해 공매도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향후 공매도가 집중된 다수 상장회사 주주들과 힘을 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금액이 가장 많은 종목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그 규모는 2조598억원이다. 이밖에 삼성전자(005930)(3136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3103억원), 현대차(005380)(1948억원) 등이 뒤를 이었지만 셀트리온과 격차는 2조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사실 셀트리온 공매도 논란이 부각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셀트리온 투자자들 사이에선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금액이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과 비교했을 때 과도하게 많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공매도 세력이 회사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거나 부정적인 정보를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셀트리온 투자자는 "오래된 주주들이라면 셀트리온이 오래전부터 공매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며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에 갑자기 반토막 수준의 목표주가가 제시되는 등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의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금액이 가장 많은 종목으로, 그 규모는 3079억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2024억원), 케이엠더블유(032500)(1925억원), 펄어비스(263750)(118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 "제로섬 게임일 뿐" 쏟아지는 회의론
하지만 증권가는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한국판 게임스톱으로 불리는 극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는 데 회의적인 분위기다. 애초에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과 여건이 다를뿐더러, 주가를 대하는 개인들의 태도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게임스톱 같은 폭등장이 나타나면 대부분의 피해는 개인들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은 하루 주가 변동폭에 제한이 없지만, 국내 증시에는 상하한가 제도가 있다. 게임스톱이 하루 만에 100% 넘게 치솟을 수 있던 것과 달리, 셀트리온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더라도 하루 최대 상승폭이 30%에 제한돼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글로벌 증시 과열 논란이 불거지면서 펀더멘털과 무관한 주가 급등에 대한 투자자들 경계심도 높아진 상태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1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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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공매도 제한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며 "숏스퀴즈로 이어질 투기적 공매도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 거론되는 종목들의 유통주식 수 대비 공매도 주식 수 비율도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한참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최근 개인투자자를 둘러싼 증시 자금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주식 매수 운동이 지닌 잠재력 자체는 매우 크다"면서도 "당분간 이런 개인들 관심을 받는 종목들의 주가가 오를 수는 있어도 여러 상황을 고려해볼 때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기관이 공매도 던지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미국처럼 헤지펀드가 파산할 정도의 후폭풍을 야기하진 못할 것"이라며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제로섬 게임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원유 상장지수증권(ETN) 사태처럼 대규모 개인 투자자 손실로 끝이 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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