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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고? 자영업자 주머니는 화수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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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너무 세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자영업자 재정 지원에 지나치게 인색해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2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주최로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정부가 확진자 수 (줄이기)에 '올인'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외신 보도로 인해 화제가 된 '한국의 코로나 대응 점수 12위' 지표를 두고, 정부가 치명률을 낮추기보다 확진자 수 줄이기에 지나치게 매달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고수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와 불평등 확대 부작용을 과소평가했다는 뜻이다. 이는 3차 유행이 진행될 당시 '선제적 거리두기 강화'를 주문한 언론을 향한 비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3차 유행이 진행 중일 당시 국내 상당수 언론이 유행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한다는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한국 거리두기 지나치게 엄격"

이에 관해 김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행정명령 수위를 한국과 비교하며, 한국의 거리두기 단계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사실상 상시 진행하는 '테스트 및 접촉자 추적 가동'은 인구 10만 명 당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볼 때 미국과 유럽은 하루 518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수준에서야 도입했다.

코로나19가 지역 사회로 확산한다고 평가해 '엄격한 테스트와 추적 프로그램 권고'에 돌입한 수위는 영미 기준으로는 하루 5184명이 나올 때 도입됐지만, 한국 정부는 10명 미만일 때부터 시행했다. 그만큼 개인 사생활 침해 위협이 더 컸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25명일 때 재택 명령을 발동했으나, 영미권은 1만2960명 수준에 이르러서야 이처럼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보면, 영미권 국가가 지나치게 안일한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해 코로나19 폭발 사태가 일어났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루 수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유럽과 미국의 상황을 한국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에 관해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참여한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거나, 완전 봉쇄와 같은 양 극단의 경우가 아닌, 중간 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확진자 수 감소의 핵심적인 매개 변수는 마스크 착용"이라고 지적했다.

즉, 사회적 거리두기가 명확한 근거 없이 시행됐으며, 실질적인 확진자 감소 매개 변수는 마스크 착용이었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국민의 경각심 향상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향상이 영향을 미쳤다고 정말 볼 수가 있느냐"며 "실증적인 근거가 없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은 기대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채 사회적, 경제적 비용만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권 교수 역시 언론이 주로 요청한 '선제적 사회적 거리두기 도입'을 두고도 "선제적 검사는 효과적이지만, 선제적 거리두기가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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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제한으로 소상공인들이 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 상가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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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재정은 화수분이냐"

김 교수는 특히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그로 인해 일방적인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 구제에 지나치게 인색해 전체적인 사회 보건 수준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한국 정부의 이같은 인색함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수준을 중국, 일본보다 떨어뜨린 중요한 요인이라고도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각 나라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원지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 정부의 재정지원 수준은 주요 국가 중 가장 취약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해외 여러 국가는 정부의 봉쇄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에게 대규모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 등 핵심 지역의 음식점 영업 시간을 밤 8시로 제한한 후, 단축 영업에 동참하는 모든 업체에 하루 6만 엔(60만 원) 씩의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전면 봉쇄 한 달간 110억 유로(14.6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 폐쇄 업체에 고정비의 최대 90%를 지원했다. 1차 봉쇄 기간에는 자영업자에게 3개월간 월 최대 1만5000유로(2000만 원), 2차 봉쇄 중에는 2개월간 전년 대비 매출 감소액의 최대 75%를 지원했다.

전국을 봉쇄 중인 영국 정부도 이로 인해 폐쇄된 상점과 여가시설에 최대 9000파운드(1300만 원)의 현금 보조금을 투입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일시 해고된 노동자의 임금을 80%까지 보전해줬다(월 최대 2500파운드(375만 원)).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특히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발언을 두고 "그렇다면, 자영업자의 재정은 화수분인지 홍 장관께 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 이날부터 대한당구장협회, 음식점호프비상대책위원회 등 19개 중소상인·실내체육시설단체는 공동으로 정부의 영업 제한에 반발하며 '무기한 오픈 시위'에 돌입했다. 토론회가 열린 이날 토론회장 앞에서도 이들 소상공인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최소한 자정까지 영업시간 허용 △업종별 맞춤형 추가 방역지침 제시 △방역지침 조정 시 현장당사자 참여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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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장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자영업자들이 방역지침 끝장토론, 영업시간 연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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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비용 과소 추계돼"

김 교수는 이처럼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만 일관하고 그로 인한 피해 보전에 나서지 않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한국의 확진자 총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치명률은 오히려 영미권 국가보다 더 높은 사태가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단체 기합 방식'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만두고 주요 감염지별 분석을 통한 세밀한 통제를 시행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치명률 제어를 위해 코로나19 치료 병상을 충분히 확보할 것과 소상공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대규모 집단감염이 일어나며, 치명률이 올라가는 주요 집단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감염관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당 시설의 감염관리료를 안정적으로 지급하면서 수가를 올리고, 권역별 감염관리활동을 지원하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밀집도를 완화하는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다시 올 4차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지금까지의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를 되돌아보고, 이를 실질적으로 재편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순만 교수도 "지속가능한 방역과 보건의료 정책이 필요하다"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금의 획일적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고위험시설과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보호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아울러 유급 병가, 건강보험 상 상병수당 도입 등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정부가 나서야 하며, 자영업자의 손실을 대대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도 권 교수는 강조했다.

권 교수는 여태 정부가 "이 같은 보상을 외면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사회적 비용을 과소추계했다"며 행정편의주의를 버리고 대안을 모색할 때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밖에도 여태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의 강력한 시민 추적이 시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 의료 공공성 강화에 정부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아울러 나왔다. 사회 복지 시스템을 강화할 때라는 의견도 여럿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두 발제자를 포함해 조홍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좌장),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이 참석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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