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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와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소매업체 게임스톱에서 촉발된 글로벌 공매도 전쟁에 동학개미도 합류하면서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오는 3월 재개될 공매도 금지조치의 연장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한층 조직화된 움직임이 증시 흐름을 바꿀지 주목된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로 구성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반(反)공매도 운동을 전개할 'K스트리트베츠'를 만들었다. 공매도 세력에 맞선 미국 개미들의 집결지가 된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 토론방(월스트리트베츠)을 벤치마킹한 이름이다. 이들은 700만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www.kstreetbets.com' 사이트를 개설해 공매도에 대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선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잔고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연대와 연합해 공매도와 맞서 싸우는 한편, 향후 공매도가 집중된 다수 상장사 주주와 힘을 합치겠다고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베츠에 모인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헤지펀드에 대항해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인 이후 게임스톱 주가가 폭등하며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이 이미 4조원(37억5000만달러)이 넘는 손실을 본 것처럼 국내 개미투자자들이 뭉쳐 공매도 세력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최근 미국 반공매도 운동을 본 뜬 '브르사베츠(BursaBets)'가 조직돼 현재 고무장갑기업들의 주식 매수에 나섰다. 브르사(Bursa)는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를 의미한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연말 공매도 금지조치를 해제했으며, 개인투자자들은 브르사베츠에서 공매도 세력에 때문에 고무장갑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케이스트리트베츠가 지목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가가 전날 각각 14.51%, 7.5% 급등했다.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 대부분 주가가 상승했다. 다만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 주역은 개인투자자들가 아니었다. 외국인이 2800억원어치를 순배수한 반면 개인은 3000억 원어치 넘게 팔았다. 일각에선 셀트리온의 주가 상승이 예상되자 공매도 물량을 보유한 외국인이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는 2일 장초반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공매도 종목으로 지목돼 급등한지 하루만에 주가가 하락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과 달리 공매도 제한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숏스퀴즈(공매도 종목이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를 유발할 투기적 공매도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 만큼 게임스톱과 같은 주가 폭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를 둘러싼 풍부한 증시 주변자금을 고려했을 때 향후 주식 매수 운동의 잠재력은 크다"면서도 "관련 종목들은 개인투자자 관심에 따른 수급 효과로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수 있으나 상승폭에 대해서 눈높이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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