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내세웠지만 총선 군부 정당 참패로 정치적 야망 타격 위기감
바이든, 제재 경고 불구 '미 견제' 중국에 기대며 정치적 입지 다질 듯
쿠데타로 전권을 쥐게 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자료사진)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1일 미얀마 군부가 전격적인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문민정부를 전복한 가운데, 권력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64) 최고사령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아웅산 수치 문민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았던 민 스웨 대통령 대행이 비상사태 선포 이후 입법·사법·행정에 대한 전권을 넘기면서 민 아훙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최고 권력자가 됐다.
2011년부터 미얀마군 최고 실력자로 자리매김해 온 그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은 2017년 미얀마 내 소수 무슬림인 로힝야족 학살 사건의 책임자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4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2019년 그를 포함해 군부 최고위급 인사 4명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제재를 내렸다.
유엔도 그와 군부 지도자들이 전범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그러나 그는 반세기 넘게 미얀마를 지배해온 군부와의 협력이 필요했던 수치 문민정부의 '비호' 아래 변함없이 군부 최고 실력자로 군림했다.
2015년 총선 압승으로 정권을 잡은 문민정부와의 '불편한 동거'도 그동안은 심각한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랬던 그가 쿠데타를 일으킨 데에는 향후 정치적 야심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부터 군부 최고사령관이던 그는 2016년 한 차례 더 임기를 연장하면서 올해 군복을 벗게 된다.
그는 그동안 종종 군복을 벗은 이후에 대해서도 정치적 야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미얀마 분석가인 허브 레마이우는 AFP 통신에 "그는 민간인 신분으로 선거에 나서는 일에 집적거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 아훙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아마도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 통합단결발전당(USDP)을 발판 삼아 더 높은 고위직을 희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은 그 희망을 앗아갔다. USDP는 참패했고,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집권 NLD가 2015년 당시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으며 압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군 장병과 가족이 대거 거주해 '군인 도시'로 불리는 메이크틸라시에서도 선전한 것은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크다.
레마이우 연구원은 이와 관련, "그는 아마도 그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선거 수단은 없다는 점을 계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리서치 연구소의 제라드 매카시도 AP 통신에 "USDP가 민 아훙 흘라잉의 은퇴 이후의 역할 모색이라는 계획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는 사실은 현 (선거) 제도가 군부가 기대했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촉발했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양곤의 한 고위 외교관도 로이터 통신에 "헌법에 따른 수단을 통해 수치의 문민정부에서 지도자가 될 길은 없었다"고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킨 배경을 분석했다.
문민정부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발생한 부정선거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쿠데타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정치적 야망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얘기다.
로힝야 학살 책임자라는 오명에 더해 53년간의 군부 독재를 종식한 5년여 전 '미얀마의 봄'을 총구를 들이대 짓밟은 당사자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서방 국가에서는 '왕따'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재를 경고하면서 서방 국가에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미국에 맞서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이라는 '우군'에 기대면서 비상사태 1년간 권력을 공고히 해 향후 정치적 역할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이 그를 다룬 기사의 제목도 '미얀마 군부 수장, 바이든에 도전하고 중국에 큰돈을 걸다'였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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