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과 집권여당 지도부, 각 지역정부 고위관료 등이 군부에 의해 구금된 상태로, 군부는 국제사회의 쿠데타 철회와 정상화 요구에 귀를 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쿠데타 배경으로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수지 고문 측의 심각한 선거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총선이 투명하게 치러진 적법한 선거였다고 판단하자 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다.
군부는 부정선거 근거로 수지 고문이 이끄는 행정부와 여당이 로힝야족에 대한 투표권을 의도적으로 배제시켜 80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총선을 둘러싼 수치 고문 측의 통치 행태를 보면 정상적인 민주주의 선거 절차로 보기 어려운 탄압적 행태가 자행된 게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로힝야족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을 상대로 미얀마 정부가 장기간 인터넷 통신 접속을 차단한 점이다.
미얀마 교통통신부는 로힝야족 인종학살 사태 이후 2019년 라카인주, 친주 지역에 대한 인터넷 통신서비스 차단을 명령했다.
로힝야족 반군 활동에 인터넷 통신 서비스가 악용된다는 이유인데 당시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
인터넷 차단이 1년 간 지속되자 지난해 6월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및 미국과 영국 등 13개 국가 대사관은 공동 성명을 내고 "100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통신과 정보 접근을 축소한 이동 통신 서비스 제약이 이뤄진 지 1년이 됐다.
인터넷과 언론사 사이트 접속은 사람들이 건강과 안전 그리고 치안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공유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서비스 정상화를 촉구했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도 "미얀마는 정부 차원에서 강제한 세계 최장 인터넷 차단 조치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이동통선 업체들조차 총선을 앞두고 미얀마 정부가 인터넷 차단을 풀 조짐을 보이지 않자 반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얀마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텔레노어 미얀마(독일 텔레노어 그룹 자회사)는 당시 별도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통신 서비스 접근을 통한 표현의 자유가 특히 분쟁의 시기에 인도주의적 목적을 위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미얀마 정부에) 전달해왔다"고 유감을 표했다.
회사는 "인터넷 규제가 장기화함에 따라 텔레노어 그룹과 텔레노어 미얀마는 이 제한에 대해 계속 항의하는 한편, 조속히 미얀마 당국이 인터넷 규제를 풀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수지 고문 측과 집권여당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언론 취재활동을 방해한 혐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언론 취재활동을 '비필수 인력' 활동으로 지정해 지역 선거현장 취재를 봉쇄한 것이다.
당시 미얀마 언론들 사이에서 "선거 보도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 방침을 바꾸지 않고 선거를 강행했다.
아울러 이번 쿠데타를 계기로 트위터 등 소셜미디에서는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 만연된 부패 문제가 수지 고문 체제에서도 바로잡히지 않았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때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민주화의 꽃으로 불렸던 수지 고문이 2016년 1월 문민정부 출범 이후 지난 5년 간 미얀마의 민주주의 시스템 향상과 정부 부패 척결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국제사회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그는 로힝야족 인종학살 사태에서 오히려 군을 두둔하며 2019년 말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에서 미얀마 외교장관 자격으로 증언대에 올라 이 입장을 고수했다. 양심증언을 포기하고 로힝야족 집단학살은 반군을 제압하기 위한 정부군의 정당한 대응이었다는 수지 고문의 태도는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번 군부 쿠데타 사태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압박과 더불어 군부를 상대로 미얀마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함께 분출돼야 정상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 후자의 역량이 얼마나 뜨겁게 나타날지는 곧 아웅산 수지 고문의 통치행위를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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