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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홀에서 근무하는 직원 한 명을 내보내고 1인 자영업자가 됐다. 코로나19로 손님 발길이 끊기고 매출이 반 토막 이하로 떨어져 비용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A씨는 "대출도 쉽지 않아 타던 차를 팔고 급한 대로 운영비를 마련했지만 이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든 반면 직원을 두지 않은 '나홀로 자영업자'는 큰 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을 내보내고 1인 자영업자로 돌아선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영업 제한 조치가 해제되기만을 기다리며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제2금융권 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며 금융 리스크가 확대되는 등 자영업자를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37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6만5000명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24만7000명)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9만명 늘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줄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2019년부터 2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엔 그 정도가 전년 대비 심화됐다. 2019년에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감소폭이 11만4000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증가폭은 8만1000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심화된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으로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내보내고 1인 자영업자로 전환한 사례가 많아진 게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장기간 영업 제한과 금지 조치를 받고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한 직원 해고가 잇따랐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원을 해고했다는 자영업자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없는 자영업자의 증감 추이가 엇갈리는 것은 몇 가지 요인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 없이 1인 창업으로 시작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영향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총 자영업자 수는 553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만5000명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전인 1994년(537만6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2002년 이후 하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2018년 이후 매년 줄고 있는데 작년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한편 지난해 보험과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에서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되자 자영업자들이 은행권 대출 규제를 피해 제2금융권으로 몰린 것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보험,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54조177억원으로 2019년보다 17.3%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13.2%)과 비교하면 빠른 증가 속도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550조6171억원에 이른다.
최근 3년간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31.2%, 2019년 21.4% 등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20~30%를 넘나들었다. 지난해도 11월까지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는 보험업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이 가장 컸다. 지난해 11월 보험업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6938억원으로 전년(4099억원)보다 69.2%나 증가했다. 2019년 증가율이 4.2%였던 점을 고려하면 단번에 16배 이상 뛴 셈이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는 25.8%, 신협 등 상호금융은 19.6% 증가했다.
이 때문에 제2금융권에 쌓인 자영업자 대출이 금융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이나 개인신용대출로 돈을 빌리고, 사업자등록증을 이용해 기업대출인 개인사업자대출로도 돈을 빌릴 수 있다. 통계에 드러나지 않은 대출까지 고려하면 자영업자들이 진 빚이 더욱 많다는 의미다.
윤 의원은 "은행 중금리 대출은 가계부채 총량관리의 예외로 인정해 소상공인 맞춤형 상품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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