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고문, 국민에 쿠데타와 독재에 반대할 것 촉구"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소식에 미얀마 양곤에서 1일 주민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한 은행 지점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양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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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간 미얀마를 통치했던 군부가 정권을 내준지 5년여 만에 다시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군부는 이날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미얀마 대통령 등 정부 주요 인사를 구금하고 “선거 부정에 대응하기 위해 구금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며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전했다. 민 아웅 흘라잉은 2011년부터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 직을 수행했다. 그는 2017년 로힝야족 탄압의 책임자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있다.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묘 뉜 대변인은 군부의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4시 정부 고위 인사들의 구금 소식을 전했다. 이후 NLD는 수치 고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낸 성명에서 “수치 고문이 국민을 향해 군부 쿠데타와 독재로의 회귀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배경에는 NLD의 총선 승리가 있다. NLD는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53년간 이어진 군부 통치를 끝냈다. 지난해 11월 열린 총선에서는 전체 의석의 83.2%(396석)를 얻는 압승을 거두면서 ‘문민정부 2기’를 열었다. 군부가 지원한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연방 상·하원 의석 476석 중 33석을 가져오는 데 그쳤다.
그러자 군부는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다. 지난달 26일 군 대변인은 “존재하지 않는 유권자가 집계되는 등 선거 부정 사례가 1050만 건에 달한다”며 “선거 부정 의혹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는다면 쿠데타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군부는 이날로 예정됐던 선거 이후 첫 의회 소집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지난달 28일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름이 중복된 사례가 있지만,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며 부정 선거 의혹을 일축했다. 결국 군부는 의회 개회에 맞춰 쿠데타를 강행한 것이다.
네피도와 옛 수도 양곤 시내 곳곳에는 군인이 배치됐다. 이날 아침부터 미얀마의 주요 뉴스 채널은 송출이 중단됐다. 미얀마의 국영 뉴스 채널인 MRTV는 페이스북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라디오와 정규 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터넷 모니터링 사이트인 넷블록스는 “이날 새벽부터 미얀마의 인터넷 연결 수준이 평소의 75%로 줄었으며 오전 8시 기준 50%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미얀마 은행협회는 이날 “군부 쿠데타 선언 이후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해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시민이 은행에 몰려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얀마 주재 한국 대사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긴급 공지에서 “모든 채널을 총동원해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얀마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현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제사회는 쿠데타에 우려를 표명하고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촉구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선거 결과와 민주적 정권 이양을 방해하는 어떤 시도도 반대한다”며 “미얀마 군부가 행동을 철회하지 않으면 책임 있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미얀마 상황에 대해 보고받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입법권과 행정권, 사법권이 미얀마 군에 이양됐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총선 결과, 수치 국가고문의 강력한 통치권이 인정됐다”며 “미얀마 국민의 뜻을 군 지도부가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4일 미얀마에 크리스틴 슈래너 버거너 특사를 보내 관계자들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이투데이/최혜림 기자(rog@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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