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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군부, 쿠데타 공식 선언…아웅산 수지 또다시 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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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76)이 1일(현지 시간) 일어난 군부 세력의 쿠데타로 감금됐다. 미얀마 군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규탄 성명을 내고 수지 고문의 석방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도 교민의 안전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오전 전격 쿠데타를 감행한 뒤 군TV를 통해 “군부는 1년 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민 아웅 흘라잉 국방군 총사령관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발표했다. 이날은 마침 미얀마 국회 하원 개원일이서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모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지 고문이 이끄는 집권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묘 뉜 대변인은 로이터와의 통화에서 “수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이 수도인 네피도에서 군에 의해 구금됐다”고 전했다. 수지 고문은 “군부의 행동은 정당하지 않고 헌법과 유권자의 의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NLD의 페이스북을 통해 쿠데타를 비판했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476석 중 396석을 NLD에게 내주며 패배한 뒤 불만을 표출했다. 군부는 유권자 명부가 실제와는 860만 명 가량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달 26일에는 군 대변인인 조 민 툰 소장이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쿠데타를 시사했다. 이후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 30일 “헌법을 준수하겠다”며 물러선 듯 했지만 이틀 뒤 쿠데타를 감행했다.

국제사회는 군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선거 결과를 뒤집거나 미얀마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지연시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 현 상황이 철회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심각한 우려와 불안’을 표명하며 “모든 정부 관계자들과 시민사회 지도자들을 풀어줄 것을 군 지도자들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수지 고문과 다른 정치 지도자들의 구금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날 “금일 새벽 발생한 급변 사태와 관련, 우리 대사관에서는 모든 채널을 총 동원하여 관련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현지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에게 “대중이 모이는 장소 방문이나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며 사태를 주시했다. 한국에서도 현지 대사관이나 주요 기업의 주재원들과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미얀마 곳곳에서 현금인출기(ATM)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선 사진이 올라오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해졌다. 국영TV와 라디오는 오전부터 ‘기술적인 문제’로 방송을 중단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고,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인터넷과 전화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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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독재 종식과 미얀마 민주화를 주도한 수지 고문은 1989년부터 1995년까지 16년 간 가택 연금되기도 했다. 1991년 민주화 운동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2017년 이슬람 난민인 로힝야족을 학살 사태를 방조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미얀마는 1962년 네 윈 장군의 쿠데타 이후 53년간 군부가 지배하다 2015년 총선을 통해 민주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후에도 군부는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주요 부처를 틀어쥐며 실권을 놓지 않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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