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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헤럴드포럼] 한국경제를 강타하는 인구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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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인구절벽이 한국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다. 사상 첫 인구 감소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올해 17.4%에 달할 전망이다. 합계출산율은 0.8명 선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5년간 150조원의 재원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출생자 수는 2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그동안 저출산 정책은 보육과 양육에 편중됐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보육 중심의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은 복합적 요인의 산물이다. 따라서 결혼, 보육, 주거, 교육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 정책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혼인 비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혼인 건수는 2019년 24만건으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혼인 건수는 2015년을 정점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이에 비례해 1인가구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6년 35%에서 2018년 36.7%, 2020년 39.2%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 900만가구를 돌파했다. 전통적 가족 개념의 변화에 따라 가구 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1인가구는 젊은 층과 고령층 여성 비중이 매우 크다. 결혼하는 부부의 경우 정상적 출산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에서는 유배우자 출산 비율이 2명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와 주거가 결혼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취업과 주거 불안을 완화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지 않으면 출산율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혼생활 5년째인 부부의 무자녀 비율이 20%에 근접하고 있다. 친시장·친투자 정책으로 경제의 활력을 유도해야 한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과감한 규제 혁파와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하다.

2015~2020년 경기 평택시·시흥시·김포시·화성시는 20·30대 인구가 급증했다. 공통적으로 산업시설과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도요타(豊田)시가 인근 시보다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것도 유사한 모습이다.

‘사유리 현상’이 시사하듯 비혼 출산·다문화가정에 대한 열린 정책이 필요하다.

통계청이 만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도 같이 살 수 있다’는 응답 비율이 2012년 45.9%에서 2020년 59.7%로 급증했다.

새로운 가족 유형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가파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 형태를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전통적 가족 윤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인구 감소 쓰나미를 막을 수 없다.

개방적 이민 정책을 검토할 때가 됐다. 생산인구 감소가 심화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이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개방적 이민 정책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이민을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2019년 기준 외국인 수가 222만명으로 ,총인구 대비 4.3%에 달하고 있다. 젊은 외국 노동자가 농촌과 산업 현장의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 준다. 이민 문호를 개방하지 않으면 국가활력과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3~2018년 제조업의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49%에 달했다.

일·가정 양립이 중요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경력 단절 여성이 150만명을 넘어섰다. 30대가 45%를 차지한다. 육아가 41.5%로 가장 커다란 경력 단절 요인으로 조사됐다. 가정 친화적 정책이 북유럽의 출산율과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렸다. 더 늦기 전에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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