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된 '귀멸의 칼날' 자리 넘보는 '주술회전'
가미카제 공격 뒤 "나를 위해 죽어 주겠니"
앞서 등장인물 이름에 '마루타' 쓴 만화도
"전쟁 희생자 놀려선 안 돼" 만화의신 일침
일본 인기 만화 ‘주술회전’에서 ‘가미카제’라는 주술명을 사용해 논란이다(사진=주간 소년점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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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인기 만화 ‘귀멸의 칼날’이 완결된 이후 팬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던 ‘주술회전’이 팬들을 탄식하게 만들고 있다. 주술로 둘러싸인 싸움의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 만화에서 ‘가미카제(神風)’란 주술이 등장해 논란이다.
만화는 까마귀를 조종해 적들에게 돌격시켜 자살하게 만드는 기술을 ‘가미카제’라 일컬었다. “나를 위해 죽어 주겠니”라는 대사가 덧붙여 결정타를 날렸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20세 전후의 젊은이들의 목숨을 희생해 적진에 돌격한 가미카제 특공대를 연상시킨다는 비난이 일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이 작전 직전에 물을 마시는 모습(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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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카제는 일본이 패망 직전인 1944년 미국 함정에 포위되자 꺼낸 마지막 카드다. 조국을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포장된 것과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개죽음에 불과한 특공대로 지명당했을 때 맥이 다 풀렸다”는 특공대 출신의 증언이 이를 입증한다. 미국 항공모함 1척을 격침하는 데 평균 81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비효율적이기도 했다. 정작 주목표인 미군 정규 항공모함은 한 척도 격침하지 못할 정도였다.
정작 일본 팬들은 조용하다. 수천 명의 일본 젊은이들이 희생된 가미카제라는 주술명이 등장했지만 문제 될 것 없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한국에서 먼저 반발했다. 주술회전에 한국인 캐릭터 ‘공시우’가 등장하는데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작품에 이런 주술명을 쓰는 건 일제강점기 가미카제 특공대에 강제로 동원된 한국인들이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주술회전의 작가와 연재처인 주간 소년점프에는 부적절한 표현에 대한 사과와 수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나의 영웅 아카데미아’에 나오는 미치광이 의사 ‘시가 마루타’ (사진=주간 소년점프) |
2차 대전 전범국으로서 반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을 받는 내용은 일본 만화에서 잊을 만 하면 등장한다. 지난해 2월 소년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한 ‘나의 영웅 아카데미아’에선 ‘시가 마루타(志賀丸太)’라는 캐릭터 이름이 문제가 됐다. 자선사업을 하는 병원장이지만 뒤에선 인체 개조를 통해 어린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인물로, 2차대전 당시 일본 731부대에서 희생된 생체실험 피해자를 의미하는 ‘마루타’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었다. 731부대는 포로로 잡힌 한국인과 중국인, 미국인을 마루타로 삼았으며 희생자는 3000여 명에 달한다.
이 역시 한국에서 먼저 이슈화했고 중국이 이어받았다. 결국 중국 공산당이 해당 만화에 시청 금지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자 작가 호리코시 고헤이(堀越耕平)는 해명했다. 마루타라는 이름은 통통(丸)하게 살이 찐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말이다. 호리코시는 “이름에 그런 의도를 담은 건 아니지만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결국 이름을 바꿨다.
데즈카 오사무는 “만화를 그릴 때 기본적인 인권만은 건드려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사진=데즈카 오사무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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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회전의 성공 요인으론 천편일률적인 소년만화 클리셰를 깼다는 점이 꼽힌다. 이야기 초반부터 세계관 최강자를 등장시키는 식이다. 다만 최근의 가미카제 논란은 깨지 말아야 할 것까지 깨부수는 모양새다. 약 44년 전, ‘일본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는 그의 저서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화를 그릴 때 이것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전쟁이나 재해의 희생자를 놀리는 것, 특정 직업을 깔보는 것. 그리고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것”. ‘밀림의 왕자 레오’, ‘아톰’의 아버지이자 평생 700여 편의 만화를 남긴 그다. 1992년생으로 올해 서른을 맞은 주술회전 작가, 아쿠타미 게게(필명·芥見下下)에게 1928년생 대선배의 조언을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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