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2년 연속 1분기 추경 가능성...손실보상제 법제화 공백 메우나

2년 연속 1분기 추경, 현실화 시 IMF 이후 처음
예산 당국 기재부 "검토하는 바 없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영업제한·금지 조치로 자영업자가 입은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 도입과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분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본 예산 집행이 시작되는 1분기에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연초는 이제 막 예산 집행이 시작되는 시기이고 전년에 편성된 본예산과 시차가 적어, 대개 예산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1분기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이야기일 뿐 우리 부 입장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렇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대응하려면 1분기 추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운영 제한 조치로 텅 빈 서울 서대문구의 한 헬스장./김송이 기자

31일 관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초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통해 자영업자 지원을 하려고 했지만, 법제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어 재난지원금을 통해 지원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법제화하려면, 법안을 마련하고 시행령까지 확정되는 시기가 하반기까지 걸릴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반기 중 입법 속도로 인해 벌어지는 지원 공백을 메우려면 4차 지원금이 필요하고, 그 재원을 추경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자영업자들 대상으로 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백신 마련에 정부 예비비 5조6000억원을 썼고, 남은 예비비는 2조원대에 불과하다. 4차 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추경이 불가피한 이유다. 4차 지원금은 3차 지원금처럼 피해 계층에 집중적으로 지급하는 방식과 1차 지원금처럼 전 국민 지급을 병행하는 방식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하면, 투입되는 재정은 1~3차 지원금 지급때보다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공식적으로 기재부는 추경 편성에 대해 "논의하는 바 전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를 늦어도 4월 중에는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이를 위해서는 2월 중에는 추경 편성 논의가 공식화될 수 있다.

1분기에 추경을 편성한 사례는 1990년 이후 지금까지 4차례 있었다. 정부 추경안 국회 제출 시점으로 보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2월 9일)과 1999년(3월 31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3월 30일), 지난해(3월 5일)였다.2년 연속 1분기 추경 편성이 현실화하면 IMF 위기 이후 처음이다.

추경 재원이 적자국채로 충당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가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연말 국가채무 전망치는 956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로 올라간다. 만약 4차 지원금 지급을 위해 적자국채를 10조원 규모로 발행하면 국가채무는 966조원, 국가채무비율은 47.8%가 된다. 적자국채를 20조원 발행하면 국가채무는 976조원, 국가채무비율은 48.3%로 뛴다.

만약 1분기 추경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 안에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1분기에 추경을 편성한다고 해도 올해 첫 추경일뿐,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 코로나19가 다시금 재확산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또 다시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나와 추경을 또 편성할 위험도 있다.

추경 논의가 나오는 핵심 이유 가운데 하나인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법제화는 빠른 시간 내에 방향이 정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영업제한·금지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의 손실을 일정 부분을 국가가 보전한다는 내용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지원에 대한 법적인 정의는 국가의 행정 행위에 대한 ‘손실 보상’보다는 ‘특별 지원’으로 정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보상금이 손실 보상이 아닌 지원금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하면 영업제한·금지 업종이 아닌 일반 업종은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손실보상 대상이 되는 손실은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발생한 영업 손실로, 경기 침체에 따른 손실은 전 국민이 함께 겪는 손실분이어서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추경 편성은 우리 부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 전혀 없다"면서 "손실보상제의 경우에도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이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3차 지원금 지급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4차 지원금을 위한 추경 편성은 지금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한 것과 방향성이 같다.

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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