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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사 게임스탑(GME)이 대형 헤지펀드의 투기성 공매도에 대응한 '개미 투자자 반란'의 상징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모인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을 매수해 주가가 급등시킴으로써 헤지펀드들이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 하는 '숏 스퀴즈'를 유발하고 막대한 손실을 입힌 것이다.
28일 개인의 매수 거래를 중지시키면서 게임스탑의 주가 폭락을 유발한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등이 헤지펀드와 공모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이와 관련한 청문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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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탑은 비디오게임 유통점 체인 업체로, '오프라인 매장'으로 운영되는 탓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기업 중 하나였다. 주식은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주당 4달러에 거래됐다.
횡보하던 주가가 관심을 받게 된 건 작년 8월 말 반려동물용품 유통업체 츄이(Chewy)의 공동설립자인 라이언 코헨이 이끄는 RC벤처스가 게임스탑의 주식을 약 580만 주, 10% 넘게 취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다.
13일에는 코헨이 이사진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RC벤처스를 통해 지분 13%를 사들인 코헨과 두 명의 동료가 이사회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게임스탑 경영진에 서신을 보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e스포츠, 모바일게임, 게임 스트리밍 등을 강화해야 한다며 경영전략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2011년 츄이를 설립한 코헨은 5년 만에 9억 달러 매출을 일으키는 미국 내 온라인 애완동물 소매 1위 업체로 성장시켰고, 2017년엔 펫스마트에 33억5000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는 당시 미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산업 중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 거래로 손꼽히며, 그해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40세 이하 경영인 40인'에 뽑히기도 했다.
변화에 대한 기대감에 '로빈후드 투자자'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게임스탑을 사들이면서 주가는 상승했다. 츄이가 반려동물 온라인 쇼핑몰에서 업계 내 선두를 달리는 만큼,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게임스톱이 체질 개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바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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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월스트리트의 기관 투자자들은 게임스탑 주식을 공매도했다. 아마존 등 이미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자리 잡은 막강한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 비해 주가가 과대 상승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게임스탑 주가가 13일부터 급등하면서 시트론리서치, 멜빈 캐피털 등 헤지펀드는 이 회사 주가의 하락을 예상하고 대량 공매도에 나섰다. 이들이 공매도한 주식은 게임스탑 유통 물량의 139%에 달했다. 공매도가 인기를 끌면서 게임스탑 주식을 빌리는 이자율은 23.6%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개인들은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WSB)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토론방이 중심이었다. 이들은 주식을 더욱더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을 한꺼번에 매수해 주가가 급등할 경우, 헤지펀드들이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 하는 '숏 스퀴즈'가 발생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레딧은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는 게시판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며, 우리나라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와 비슷한 공간이다. 주제별로 '서브 레딧'이 만들어지면 개인이 자유롭게 글을 게시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WSB도 등록자만 400만 명이 넘는 '서브 레딧'의 하나로, 주식 및 옵션거래 등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WSB에 모인 개인투자자들이 합심해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는 폭등했다. 8일에만 해도 17.69달러였던 게임스탑의 주식은 27일 347.5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12거래일간 약 1864%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공매도한 세력들은 '숏 스퀴즈'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됐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파는 만큼 나중에 이를 갚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따라서 파는 가격에 비해 사는 가격이 높으면 공매도한 투자자는 손실을 보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멜빈 캐피털은 올해 들어 22일까지 불과 3주 만에 30% 가까이 손실을 내고 다른 펀드로부터 수조 원대 자금을 수혈받아야 했다. 메이플레인 캐피털도 30%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결국 멜빈 캐피털과 시트론 캐피털은 게임스탑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포기한다며 개미들에게 백기 투항했다.
금융분석회사 S3 파트너스는 게임스탑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서만 236억 달러(약 26조3000억 원)를 잃은 것으로 추산했으며, 27일 하루에만 이 중 143억 달러(약 15조9000억 원)가 소실됐다고 밝혔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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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탑의 주가는 28일 롤러코스터를 탄 끝에 44.3% 떨어진 193.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까지도 한때 483달러까지 치솟던 게임스톱의 주가를 막은 것은 주식거래 플랫폼의 '매수 거래 중지'였다.
로빈후드와 인터렉티브브로커스 등 복수의 주식거래 플랫폼은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게임스탑 등 과열 우려가 큰 종목들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히자, 과도한 변동성을 이유로 들어 게임스탑과 극장체인 AMC 등의 개인 거래를 제한했다.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내일부터 게임스탑 등의 종목에 대한 제한적인 개인 매수를 허용할 것"이라면서 "상황을 주시한 뒤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로빈후드의 이번 거래제한 조치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은 분노하고 나섰다. 개인들의 매수 거래는 제동이 걸렸지만, 헤지펀드의 공매도는 허용된 상황이어서다. 사는 사람이 없고 파는 사람만 있으면 결국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공매도 세력에 유리해지고 자칫 '패닉셀'(공포에 의한 투매 현상)로 이어질 수도 있어 로빈후드와 헤지펀드가 공모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상·하원은 게임스탑 사태에 관한 청문회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원 패널을 이끄는 민주당 소속 맥신 워터스 의원은 "우리는 최근 비윤리적 행위로 시장 변동성을 초래한 헤지펀드들에 대응해야 한다"며 "시장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그것(시장)이 헤지펀드들과 그 금융 파트너들에 의해 어떻게 조작되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워터스 의원은 청문회가 공매도, 온라인 거래 플랫폼, 자본시장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시스템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민주·뉴욕) 하원의원은 "헤지펀드는 마음껏 거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들의 주식 매수를 막은 로빈후드 결정에 대해 더 알 필요가 있다"며 청문회 개최를 지지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에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투데이/정대한 기자(vishalis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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