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로 지하화' 한 목소리
부산 가덕도 신공항에 사활
실행보다는 상징적 선언 분석
집값 상승 기대감 주는 공약
與 신공항 통해 부산민심 잡기
野는 PK·TK 갈등 우왕좌왕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현주 기자, 금보령 기자, 전진영 기자] 임기 1년짜리인 서울·부산 재보궐선거 자리에 여야 후보들이 하늘과 땅을 오가는 공약 선포에 나섰다. 서울시장 출마에 나선 여야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도로 지하화’를 통한 도시 계획에, 부산시장 선거전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은 ‘문재인 대통령 2기 교두보’ 혹은 ‘정권교체’ 등 여야가 이번 선거에 서로 다른 정치적 셈법과 의미를 부여하면서 내놓은 것이라, 정작 선거 주체가 될 유권자들이 객체로 전락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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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지하화’…그 속에 숨은 정치학은? = 여권의 예비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도로를 지하화해 생기는 땅을 반값 아파트로 제공한다’는 공약을 냈다. 박 전 장관보다 일찍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동산 공약도 ‘도로 지하화를 통한 공공주택 공급’이다. 강변북로 등 일부 구간을 덮어 인공지대를 만들고, 지하철 1호선 지상구간을 지하화해 그 위에 공공주택 16만호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21일 국회에서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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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지하화는 야당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내밀고 있는 공약 소재다. 국민의힘 예비후로보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중랑천을 파리의 세느강으로, 안양천을 런던의 템즈강으로 만들겠다"면서 동부·서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부지를 생태파크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질세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서울시내 복철구간 전체 구간을 지하로 넣어 지상 공간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후보들의 이 같은 ‘지하화’ 공약은 실제 실행된다기보다는 상징적인 선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지하화의 정치학은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면서 "먼저 이슈 자체가 크기 때문에 유권자들로부터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점, 여야 모두 지하화를 통한 부동산 대책을 언급할 정도로 추가로 집을 공급할 서울시내 공간이 정말로 없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집값 상승 심리를 자극한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공약에 연계된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이곳도 집값이 오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주는 공약이라는 것이다.
사진=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캡쳐 |
부산시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선점’ 경쟁이 치러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이슈도 맥은 같다. 부산에서는 신공항 건설이 보궐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각 당은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이 분야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1일 부산을 찾아 ‘가덕신공항특별법’을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도 부산을 찾은 이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설령 야당 지도부가 반대한다고 해도 저희는 갈 길을 가겠다"며 내부 의견이 분분한 야당을 향해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민주당은 부산 시민 여러분께 더 이상의 희망고문을 드리지 않겠다"며 "민주당은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 제1야당도 동참하겠다고 빨리 약속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野는 활주로 위에서 갈팡질팡 =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자들도 한 목소리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외치고 있다. 전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비전스토리텔링 프레젠테이션(PT)’에서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 박민식 전 국민의힘 의원, 박형준 동아대 교수,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은 가덕도 신공항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특히 이 전 의원은 가덕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대구시당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밀양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으로 내부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곽 의원을 향해 "신공항 문제를 TK와 PK 지역갈등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국운이 달린 일인데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제대로 된 입장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제1야당 지도부가 국가가 아닌 몇몇 지지 지역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인상은 그만 줘야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당 지도부는 부산경남(PK)와 대구경북(TK)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다는 점에서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 달 1일 부산행에 나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찾아 최종 당론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거대 공약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년짜리 보궐선거에서는 적절치 않은 공약이라는 비판이 계속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야 구분없는 매표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유권자들을 자신의 정책 입지를 다지기 위한 객체로 전락시켰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 역시 "관건은 실현 가능성과 재원"이라면서 "이미 유권자들도 이러한 공약이 임기 내에 정말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경우는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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