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투어웨이
2021 KPGA 윈터투어 10번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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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었다. 당시 한 골프 마케팅 회사에서 6개월 정도 경험을 쌓고자 근무했다. 국내에서 메이저 대회 등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회를 3주 연속으로 소화하고 나서, 하나의 미션이 주어졌다. 바로 태국으로 날아가서 2014 KPGA 윈터투어 대회장을 찾는 것.
윈터투어는 태국에서 열렸던 KPGA 대회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개최됐다. 주목적은 한겨울 태국으로 전지훈련 혹은 동계캠프를 떠난 남자 프로골퍼들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태국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한 기자는 난생처음 오른쪽 핸들 차량을 운전했다. 그날부터다. 매일 태국 전역에 있는 두 가지 코스를 답사하고, 담당자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당시에 제작했던 문서를 다시 열어 보니 태국 북쪽 지방인 치앙마이를 제외하고 콘캔까지 약 40곳 이상을 답사한 것으로 적혀있었다.
리스트에는 태국 쁘라쭈압키리칸주 후아힌에 위치한 캥크라찬 컨트리클럽이 있다. 방콕에서 2시간 거리. 오후 7시 도착을 목표로 고속도로를 달렸다.
전봇대 하나 없는 도로를 지나 리조트에 도착했다. 늦은 밤이라 골프장은 알아보기 쉽지 않았다. 담당자와 미팅을 진행했다. 한참을 설명하고 설득하며 "가능할 것 같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144명을 수용할 수 있는 리조트 내 방갈로(숙소)와 대회를 치를 수 있는 큰 규모의 골프장이지만, 시설이 열악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후 골프장을 보유한 회사의 회장과 만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윈터투어 대회장이 지정되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윈터투어 개최를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했다. 대회장을 꾸밀 제작물들은 한국에서 제작해 컨테이너에 가득 실었다. 컨테이너는 배를 통해 태국으로 옮겨졌다. 대회장을 꾸미고 리조트와 골프장에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했다.
MOU 이후에도 9인승 밴에 사람을 가득 싣고, 태국을 누볐다. 공항에서 골프장까지의 교통, 한식당 개설 등등 할 일이 많았다. 목적은 단 하나였다. 남자 프로골퍼들의 '삶의 터전'을 넓혀주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체결하고, 2014 KPGA 윈터투어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박상현(38), 프라야드 막생(태국), 김성용(45), 이동하(39)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1 KPGA 윈터투어는 7년 만이다. 올해는 태국이 아닌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군산 컨트리클럽 전주·익산 코스(파71·7143야드)에서 개최됐다. 코로나19와 한파로 마음마저 얼어붙은 한겨울, 대회가 없는 틈을 타 KPGA가 내놓은 자구책이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두 명의 태국 선수가 트로피를 가져갔지만, 이번에는 한국 혹은 한국계 선수들이 출전해 강탈당할 걱정은 없다. 변함없는 부분들도 있다. 대회장에는 7년 전과 비슷한 디자인의 제작물들이 선수들을 반긴다.
하지만, 대회 방식은 변경됐다. 3라운드 54홀에서 2라운드 36홀(샷건)로 바뀌었다. 총상금은 회차 당 10만달러(1억 1139만원)에서 4000만원(우승상금 800만원)으로 줄었다.
상금은 줄었지만, 특전은 늘어났다. 2014년에는 정회원 및 해외선수 톱3에 코리안투어 시드를, 세미프로 톱4에 정회원 자격을, 커트라인을 통과한 아마추어에 세미프로 자격을 부여했다.
올해는 프로(KPGA) 톱8에 투어프로(KPGA) 자격을, 아마추어 톱10에 프로 자격을 부여한다. 출전 선수는 총 136명이다. 이중 아마추어는 30명이다.
디펜딩 챔피언은 이동하다. 그는 2014년 우승 당시 "우승으로 스윙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하며 "KPGA 코리안투어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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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소망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준우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날 출발 전 본지와의 짧은 인터뷰에서 그는 "코스 상태가 좋다. 라운드를 돌아봤는데 잘 맞았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만약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윈터투어 역사상 첫 다승자로 기록된다. 또한, 올해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박승(25)은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후원사의 로고를 달고 출전했다. 홈 코스에서의 대회라 감회도 남달랐다. 스타트 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새로운 후원사와 함께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홈 코스이기도 하다. 윈터투어는 처음이라 설렘이 가득하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출신인 임준묵(20)은 무명이다. 고등학교 시절 장타자로 이름을 적게나마 알렸던 그는 아직 1부(코리안투어)와 2부(스릭슨투어) 시드가 없다. 프로골퍼로 성장한 그를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그는 "이 코스에서 기량을 발휘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들은 30분 정도 딜레이를 겪고 오전 10시에 출발했다. 샷건 방식이라 카트를 타고 각 홀로 향했다. 화창했던 날씨가 비가 오고 흐려졌다가, 다시 맑아졌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쥐고 '굿샷~'을 날리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생기가 돋는다. 코리안투어로 향하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윈터투어의 화려한 귀환이다. 환영한다. 대회 개최를 위해 물심양면 도와준 전라북도(도지사 송하진), 군산시(시장 강임준), 군산 컨트리클럽에 감사함을 전한다.
군산=이동훈 기자 ldhliv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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