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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2층에 문을 연 성평등도서관 '여기'. 27일에 찾은 도서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현재 휴관 중이다. 이가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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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박 전 시장의 업적인 ‘성평등도서관’의 향후 운영 방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도서관에는 박 전 시장의 저서와 그가 기증한 성평등 운동 사료 다수가 보관돼 전시 중이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기록이 그가 직접 설립한 성평등도서관에 남을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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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전 시장이 성평등 자료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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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1일 시민들이 서울시 청사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시장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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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도서관 ‘여기’는 국내 최초의 ‘성평등정책 전문 공간’을 표방하며 지난 2015년 7월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내에 문을 열었다. 인권변호사이자 여성운동가였던 박 전 시장이 설립을 주도했다. 도서관 이름 ‘여기’는 여성이 기록하고, 여성을 기억하는 공간이라는 뜻이 담겼다. 약 857㎡ 규모의 도서관 공간에는 여성단체·여성운동가·시민들이 기증한 자료 5000여점을 비롯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여성정책 자료 등 1만여점이 비치됐다.
박 전 시장은 개인이 보유하고 있던 성평등 운동 사료 965종을 도서관에 기증했다. 성평등도서관 내 ‘사건기록으로 보는 성평등’ 코너에는 박 전 시장이 기증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 자료가 전시돼있다. 박 전 시장은 개관 기념으로 진행된 젠더토크에 참여해 “공직자 여성 비율은 높아졌지만, 책임자 급에 올라가면 여전히 남성지배적인 구조”라고 지적하며 실질적 성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이 기증한 성평등 운동 사료 외에 개인 저서 20여권도 함께 비치돼있다. 박 전 시장의 정책 비전을 담은 『박원순, 생각의 출마』를 비롯한 박 전 시장 본인의 정치철학을 설명한 『정치의 즐거움』, 자신의 백두대간 종주기를 담은 『희망을 걷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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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성희롱 의혹도 기록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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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성평등도서관 '여기'에는 성평등의 역사와 변화상을 비롯한 각종 여성정책, 여성운동 등의 자료가 집약돼있다. 소년중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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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창립자 격인 박 전 시장의 비극은 성평등도서관 측엔 곤혹스러운 상황이지만, 성추행 의혹이 인권위 조사를 통해 일부 사실로 인정되면서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자료도 도서관에 기록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5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대표는 “우리 사회가 성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해 활동했던 모든 기록이 다 보관되는 것이 성평등도서관의 기본 취지라 생각한다”며 “성평등의 역사는 곧 투쟁의 역사이기도 한만큼 박 전 시장이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온 자료와 함께 그의 가해 사실도 가감 없이 기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평등도서관이 이러한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면 현재 보유 및 관리하는 박 전 시장의 자료를 도서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그의 성평등 업적만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우리 사회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피해자가 끊임없이 피해사실을 호소해야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성평등 역사의 귀중한 자료”라며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도서관에 남길 수 없다면 그의 업적을 칭송하는 자료 역시 도서관에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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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기증자와 무관하게 사회적 가치 평가”
성평등도서관을 운영하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측은 현재 보유 중인 박 전 시장의 자료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성평등도서관 내의 자료는 기증자가 아닌 기증받은 자료의 사회적 가치에 따라 보유와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의혹에 대한 자료가 함께 기록되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재단 측은 “성평등도서관은 기록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며 “기록물의 보관 여부는 도서관운영위원회의 자료평가를 통해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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