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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초유의 공매도 전쟁

[시나쿨파] 게임스탑 개미들의 반란, 금융 민주화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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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게임스탑 매장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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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일삼는 ‘공룡’(기관투자자)과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등 자본시장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오프라인 게임체인인 '게임스탑'의 주가가 개미들의 매입 러시에 힘입어 92.71% 폭등했다.

오프라인 게임체인인 게임스탑은 온라인 게임이 각광받으며 사양산업이 되고 있다. 사실 망할 날이 멀지 않는 업체다. 그러나 개미와 공매도를 일삼는 기관투자자들이 정면으로 맞서는 전투장이 되면서 최근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가상으로 빌려와 매도한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재매입해 상환함으로써 차익을 챙기는 금융 기법이다. 만약 주가가 오르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미국에서는 주로 헤지펀드가 공매도에 적극 가담한다.

26일(현지시간) 하루만 개미와 공룡의 공방을 추적해 보자. 게임스탑은 이날 정규장에서 공매도를 걸었던 공룡들이 이를 대거 청산함에 따라 92.71% 폭등했다. 그런데 이날의 백미는 장 마감 직후에 나왔다.

전세계 개미들의 우상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한 것. 그가 공매도 세력을 규탄하고 개미들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게임스탑의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50% 정도 추가 상승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오후 4시께 자신의 트위터에 개미들이 게임스탑 관련 의견을 나누는 일종의 채팅방인 ‘wallstreetbets’에 링크를 걸고 '게임스통크!!'(Gamestonk!!)라는 트윗을 날렸다. 스통크(stonk)는 맹폭격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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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그의 트위터(출처: 머스크 사진= AFP / 트위터 갈무리l)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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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트는 미국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레딧'의 페이지로, 주식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카페다. 이 페이지의 방문자는 200만 명이 넘는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의 동학개미들을 비롯한 전세계 개미들은 일제히 열광하며 게임스탑 주식 매수에 열을 올렸다.

머스크가 공룡과 맞서는 개미의 손을 들어 준 것은 그가 대표적인 공매도 반대론자이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세계적 자동차 업체로 자리 잡기 전까지 테슬라는 공매도 세력의 대표적인 먹잇감이었다.

그는 공매도 세력을 조롱하는 빨간 '짧은 반바지'(short shorts)를 온라인으로 판매했을 정도다. 여기서 short은 짧다는 의미도 있지만 공매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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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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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게임스탑은 올 들어 680% 이상 폭등했다.

금융 분석업체 S3 파트너스의 자료에 따르면 공매도 세력은 올 들어 현재까지 게임스탑에서 약 5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

스퀘어, 로쿠, 펠로턴 인터랙티브 등 게임스탑에 공매도를 건 헤지펀드들의 주가는 이날에만 최소 3% 이상씩 급락했다.

이날 개미와 공룡의 싸움을 지켜본 사모펀드 스카이브리지캐피탈의 설립자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오늘의 현상은 금융 시스템 분권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징표"라고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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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스카라무치가 지난 백악관에서 새 백악관 공보실장에 임명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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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보실장을 지냈다. 원래 월가 인사였던 그는 2017년 7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격 발탁됐다. 그러나 그는 가벼운 처신으로 백악관 내부 갈등을 일으키며 혼란만 가중시키다 결국 임명된 지 10일 만인 7월 31일 전격 해임됐다.

그는 백악관을 나온 이후 월가에 복귀했다. 그는 가벼운 위인이지만 이날은 촌철살인의 촌평을 날렸다. 그는 "스마트폰과 소규모 거래는 과거의 배타적이고 한 곳에 집중된 자산 관리 사업을 민주화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사실 이날의 삽화는 한국의 동학개미들에게 이미 익숙한 장면이다. 동학개미들은 기관과의 전투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정보의 불균형)이 있을 때는 언론사가 독주할 수 있었다. 언론사가 공룡이라면 독자는 개미였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명된 이후 정보의 비대칭성이 깨졌다. 개미들도 부지런만 하다면 인터넷 서핑을 통해 얼마든지 고급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룡인 언론사의 정보 독점이 깨졌다.

이 같은 트렌드는 금융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예전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정보를 독점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미들도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고급 정보에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기관의 정보 독점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전세계 개미들은 이 같은 트렌드를 실제 구현하고 있는 ‘첨병’들이다. 이들이 결국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를 장악한 기관을 못 이길 수도 있다. 또 앞으로 전투는 길고도 처절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최소한 금융 민주화의 ‘첨병’이었다는 역사의 평가는 받을 수 있을 터이다. 전세계 개미들이여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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