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대응 없는 사회 개탄스럽다"
"국가가 직접 아동 존엄 관리해야"
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이를 추모하는 조화에 추모 문구가 걸려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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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양의 죽음과 성민이 사건, 천안 아동학대 살인 사건, 청주 아동 암매장 사건, 칠곡 아동학대 사망 사건, 강서구 6세 여아 살인 사건, 경남 고성 초등학생 암매장 살인 사건, 공군 상사의 아동학대 사망 사건, 김포 아동 폭행 살인 사건,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 평택 아동 암매장 살인 사건, 포천 6세 입양 딸 살인 사건, 울산 계모 살인 사건, 인천 영아 사망 사건, 전주 5세 아동 살해 사건 등…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의 아동보호 관련 사업을 전면 개편하자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우리나라의 아동보호 사업은 대부분 민간이 운영하는 체계라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데 한계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관련 부처를 신설해 아동보호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5일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받다가 떠난 아이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청원을 올립니다'란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최근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을 비롯해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수많은 아동학대 사건을 나열했다.
그러나 사회는 여전히 아동학대 문제에 둔감하고,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청원인은 "10년 이전의 아동학대 사건을 되짚어 보며 참담함과 부끄러움, 분노를 느꼈다"며 "아동 학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와 풍토, 임시 아동 보호시설의 전문화와 감시 체계 구축을 병행해 시설 증설을 청원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동 학대와 방임, 아동 살해에 대해 어찌 제도와 공직 사회가 이리도 둔감할 수 있느냐. 개탄스럽다"며 "이는 20년 동안 공적 사회의 대응 시스템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0년간 아동학대 25만건, 75%가 13세 이하 아동"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온 아동학대 방지 대책 마련 관련 청원 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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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25만건 이상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학대를 당하는 아동 중 75% 이상은 0~13세 아동이며, 이 가운데 60%가 영유아고, 또 이 중 45%는 사망한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학대를 당하는 아동 대부분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없고, 이들을 보호 해 줄 곳이 없는 만큼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은 아동학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아동보호사업 대부분 민간 위탁운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동보호사업 대부분 지방에 이양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력에 따라 관련 예산이 삭감되거나 임무 수행의 지속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결과적으로 아동보호사업의 재정적 안전성은 취약해지고 서비스 질의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따졌다.
"우리나라도 美 CPS·獨 아동청 같은 기관 두자"
15일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 도시철도 3호선 수성못역 외벽에 설치된 대구경찰청 홍보 전광판에 아동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아동학대 신고 112라는 문구가 송출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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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정부가 아동보호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이 제시한 해외 사례에 따르면 미국은 아동보호서비스(CPS)가 존재해가정으로부터 아동을 분리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당국이 즉시 대응해 아동을 밀착 관리하게 된다.
뉴욕주의 경우 아동 관련 행정 부서인 아동서비스국(ACS)를 두고 체계적으로 아이의 안전을 관리한다. ACS 소속 직원이 1,110명인데 아동보호 업무를 수행하는 인원만 절반이 넘는 700명이라고 청원인은 설명했다.
또 영국은 지역아동보호위원회(LSCBs)를 둬 정부와 유관기관의 상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아동학대 사례가 발생할 경우 관련 단체들이 적극 개입할 수 있다. 독일은 아동 문제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전담기구인 아동청을 정부 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청원인은 "존엄하고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동시에 학대를 줄여 나가는 게 진정한 교육 정책이자 경제 정책이고 국방 정책"이라며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권리를 모든 성인과 국가기관이 인식하고 이들이 위협받지 않게 보장해 주는 게 최고의 출생 장려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세상 떠난 아이들에게 사죄"
2015년 4월 13일 서영교(왼쪽 두 번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모든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태완이법 통과 촉구 청원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기에 앞서 정론관에서 회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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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정인이와 태완이, 성민이 같이 어른들의 잘못과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에게 성인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청원을 마친다"고 마무리했다.
청원인이 언급한 태완이 사건은 1999년 5월 대구 한 골목길에서 여섯 살 김태완군이 괴한으로부터 황산 테러를 당해 투병 끝에 숨진 사건이다.
성민이 사건은 2007년 5월 울산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23개월 된 성민이가 어린이집 원장 부부로부터 여러 차례 학대를 당했고, 폭행으로 소장 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3개월 아기가 폭행에 장이 끊어져 죽었습니다'란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성민이 사건 당시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원장 부부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 청원 글은 다시는 학대를 한 가해자가 풀려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 달라는 내용으로, 청와대 답변 조건인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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