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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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들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법원이 별건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박 전 시장의 언동을 성희롱이라고 판단한 뒤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14일 민주당 여성의원 일동은 박 전 시장의 사망과 관련한 입장문에서 “피해 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 여성’이라고 불렀다. 당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생소한 신조어를 만들어 쓰는 것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도리어 ‘2차 가해’에 동참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때 나왔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 고인의 운구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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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인스타서 출근 라이브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의혹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25일 오전 고민정 의원은 국회 출근길에 인스타그램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다. 인권위 결론이 나오기 전 진행한 이 방송에서 그는 아동학대 사건 ‘정인이 사건’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오후에도 고 의원은 페이스북에 ‘아동학대 대응 1차 토론회’ 관련 글을 올렸다. 이는 인권위 결과가 나온 뒤의 일이다. 인권위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내린 결론은 언급하지 않았다.
고민정 의원은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주장을 진실로 받아들일 증거 확인이 끝난 것이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의원은 특히 피해자에 대한 사과 입장문을 내는 것에도 반대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를 고집한 민주당 여성의원은 고 의원 외에도 여럿이다. 지난 4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을 언급하며 “민주당 여성 의원 28명이 속한 단체 카톡방에서 다른 여성의원들이 ‘피해자’로 쓸 것을 주장했음에도 남인순·진선미·이수진(비례)·고민정 의원이 주도하여 ‘피해호소인’으로 쓸 것을 밀어붙였다고 한다”며 “상식과 양심은 온데간데없고 명백한 사안마저 정략적으로 보는 그들의 시선에 경악을 금치 못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진선미 의원, 김상희 국회부의장, 양향자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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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김상희·양향자 “…”
진선미 의원 페이스북의 최근 마지막 게시물은 지난 22일 올라왔다. 공위공직자범죄수사차(공수처) 출범을 응원한다는 내용이다. 박 전 시장과 관련한 입장은 없다. 김상희 의원도 특별한 사과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양향자 의원의 가장 최근 페이스북 게시물은 25일 오전으로, 아동학대와 관련한 것이다. 양 의원은 “코로나 여파로 가중된 가사·양육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엄마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 블루가 그 주요 원인”이라며 “더 심각해지기 전에 심리 방역에 힘써야 한다”고 썼다.
진선미·양향자·김상희 의원 모두 박 전 시장 사건 당시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써야한다고 주장한 이들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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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인권위 결론 하루 뒤 사과
남인순 의원은 인권위 결과가 나온 다음 날인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그는 ‘피해호소인’ 용어 사용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박 전 시장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남 의원은 사과문에서 “제가 서울시 젠더특보와의 전화를 통해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고, 이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저의 불찰”이라고 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호칭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며 “저의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다시 한번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6개월이나 의혹을 부인하다 짧은 사과문만 발표한 남 의원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사과라기보다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인숙 의원. [사진 소년중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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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우리 민주당 참담하다”
반면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였던 권인숙 의원은 26일 민주당이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고 물러난 일에 민주당이 ‘무관용 조처’를 요구하자 일갈한 것이다.
권 의원은 “다른 당 비난할 여유가 없다”며 “민주당은 반복되어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반드시 해결해내야 하는 책무를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권인숙 의원은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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