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저녁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이 `다시 촛불, 다시 세월호` 촛불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윤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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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결국 세월호 아이들을 팔아서 대통령이 된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이 시점이 지나면."
지난 25일 저녁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다시 촛불, 다시 세월호' 촛불 피켓팅 현장, 이곳에서 만난 한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은 이렇게 말하며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대통령이 꼭 한 말이 있다. '세월호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말을 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정부 4년차인 현재,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서 '촛불'이 다시 켜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2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청와대 앞 등에서 촛불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고, 한진중공업 '부당해고 노동자' 김진숙 씨의 복직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도 오는 30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6년과 2017년 사이 촛불집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고 이끌어 냈다면, 지금의 촛불 피켓팅은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과 책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약속의국민연대는 오는 30일까지 청와대 앞 분수대 등에서 '촛불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5일 저녁 찾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30여명의 참여자들이 '전기 촛불'을 들고 피켓팅을 하고 있었다. 농성장에는 "세월호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다운 나라 만들 대통령 누굽니까?"라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유세 발언도 적혀 있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방침과 청와대 분수대가 집회금지 구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서로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단원고 2학년 고 정동수 군의 아버지' 정성욱 씨는 "문 대통령이 임기가 1년남짓 남았는데 지금 더 이상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답을 안 해주시면, 앞으로는 대선 정국 들어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대부분의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최근 검찰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겨냥해 "문 대통령이 권력, 즉 검찰의 눈치를 보는게 아닌가란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검찰 특수단은 17개의 사안 중 해경의 고 임동빈 군에 대한 구조 방기 등 13개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처분했다.
정씨는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면서도 "그래도 (진상규명은 문 대통령이)아이들 앞에 약속했던 것이니까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임경빈 군의 어머지 전인숙 씨도 "세월호 진상규명을 바라는 가족들과 국민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이 촛불을 든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시민들이)촛불을 들어서 정권을 교체했고, (문 대통령은) 진상규명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분이 3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 진상규명이 제자리"라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꾸준히 문 대통령에 대해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최근의 행동은 비판 성격이 짙다. 문재인정부 임기가 4년차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고 유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 세월호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22일 "우리 아이들은 문재인정부를 위해서 희생된 게 아니다. 우리 엄마, 아빠들은 민주당 정권을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들의 삭발식에서였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문재인정부에서 삭발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26일 기준 82일째 노숙농성도 하고 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군, 해경 등이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라"를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30일에는 또 다른 촛불시위가 광화문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리멤버 희망버스 기획단'는 오는 30일 광화문과 전국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의 해고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를 할 예정이다.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직장갑질119 등은 지난 2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과 전국의 민주당사에서 촛불을 들고 김진숙 복직과 해고 금지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김진숙 해고자는 1986년 당시 국영기업 대한조선공사에서 대의원대회에 다녀 온 후기를 동료 조합원들에게 나눠줬는데, 이를 이유로 대공분실로 끌려가 3회에 걸쳐 고문을 당했고 회사는 이를 빌미로 김씨를 해고했다"며 "명백한 국가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고문피해자, 부당해고자"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는 30일 광화문-청와대 양방향 인도에서 50m 간격으로 촛불 시위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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